당그니의 일본표류기


1.


내가 오마이 블로그에 자리를 잡게 된것은


einbert 라는 분의 블로그가 이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에서 그분이 쓰신 '영어발음 다 고쳐야한다'라는 블로그 글을


재미있게 보고 어쩌다 단 댓글이 카페활동만 하던 나를 '블로거'로 만들었다.


 


'미국소식만 말고 일본소식도 한번 알아볼까요?'


이 질문에 나는 그냥 사는이야기나 해볼까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이곳에 둥지를 트자, 언제부터인가 매일 찾아주시는 분이 계셨다


콩언냐 루시아라는 아이디를 쓰시는....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신 분이었다.


하루에 한번은 오셔서 안부게시판에 메세지를 주시곤 했다


또한,


처음 방문자가 많지 않았을때, 그분은 내 일본생활 이야기며, 헌팅이야기, 딸래미 이야기,


만화 등 여기저기 흔적을 남기셨고, 


 


어떤의미에서는 enbert님이 블로그에 발을 디디게 하였다면


루시아님은 오마이 블로그에 깊숙히 발을 넣게 한 분이시기도 했다.


 


2.


 작년 가을 쯤


 지난 몇년간 통 씨디를 산 적 없는 내게 '루시아'님은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내게 국제우편으로 자기 친구가 만든 앨범이라면


 씨디 한장을 보내주셨다.


 


 앨범 제목이 '다시 시작할꺼야'


 









▲ 루시아님 아시는 가수분으로 직접 싸인까지 적어주셨다.


  


 그리고 얼마전 루시아님이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았고, 지금도 믿을 수가 없다.


 


 내가 한국에 영구귀국하면 한번 꼭 뵙고 싶기도 했던 분이었는데,


 이제 영영 뵐 수가 없게 되었다.


 


 한번도 만나본 적도, 목소를 들어본 적도 없는 분과


 차가운 모니터속에서 댓글이나 메일로만 서로를 알게 된 사이란 어느정도의 깊이가 있는 것일까.


 인터넷상에서 아주 친할 만큼 대화를 나누다가도 소식 한번 끊어지면 원래 그랬듯이 서로 존재하고 있음이 아무런 의미를 갖고 못하는 얄팍한 통신망을 갖고 있는 이 시대.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내 블로그에는 그 분의 식지 않은 흔적이 너무나 많은데,


그 분은 더 이상을 이곳을 찾아주실 수 없다는 것이다.


 


3.


생과 사.


종이한장 차이 같은 이 아둔한 물음에


 


 오마이 블로거 겨울산님이 말씀하셨듯이


 그 사람은 가고 그 사람의 흔적만 블로그에 남았다.


 (겨울산님 글: 사람은 가도 블로그는 남아)


 


 떠난이와 함께 보았던 세상 한귀퉁이에 세들어 사는 나는


 어떤 경로였던 간에 만났던 사람들을 언제까지고 기억하고 싶다.


 


 잊혀지는 것 만큼 가슴 아픈 것은 없다고 했지만,


 자기를 기억해주고 반겨줬던 사람을 진정으로 잊는 이 몇이나 될까.


 


 








▲ 산다는거 모든걸 다시 시작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4.


 그분은 가셔도, 씨디는 남아.....


 


 나는 보내주신 씨디를 통해


 1년이 채 안되는 기간동안


 알게 되었던 그 분을 다시 만난다.


 스피커에는 루시아님이 직접 포장하여 보내주신


 '김효국'님의 '다시 시작할꺼야'가 흐른다.


 


 루시아님!


 


 보내주신 노래처럼


 다시 시작하실 수는 없는지요.


 저는 이 노래를 끝까지 들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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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그니
인생의 갈림길에서/길에서 만난 연인들 l 2006.03.2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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