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의 일본표류기


 

                                                                         Hans Andersen Brendekilde -Vindmoue[1]...


돼지 삼형제!!

어렸을때 동네 애들이 우리 삼형제를 가리켜서 하는 말이었다.
우리가 딱히 뚱뚱해서 그랬다기 보다는, 늑대의 입김에 집이 와장창 날아가는 돼지 삼형제 동화를 포함한 세계명작동화가 당시 외판원들에 의해서 한참 집집마다 보급된 영향이 컸을 것이다. 나는 그 별명을 매우 싫어했다, 그 이유가 우리가 돼지가 아닌데 그렇게 불리워서가 아니라, 그냥 삼형제로 묶여서 불리는게 싫어서였다.그러니까 나는 한동안 내가 삼형제의 일원이라는 것을 분명 저주하고 있었던 거다.

뭐냐 왜 나는 삼형제일까? 왜 나는 둘도 없는 외동아들도 아니고, 형과 동생틈에 낀 둘쨰일까 이런 초딩치고는 매우 실존적(?)인 고민을 늘 했다. 물론 그렇게 고민을 많이 한다고 성적이 올라가거나 독서를 좋아하게 되었다거나 하는것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형과 동생은 붙임성이 좋은데, 쟤는 영 방안퉁소야 이러면서 내성적이라고 부모님에게 한 소리 듣곤 했다. 아니, 난 삼형제가 싫단 말이야....이렇게, 내 표정은 늘 그걸 말하고 있는데, 나보고 소극적이라니 -_-;;
그것도 거의 연연생이어서 누구네처럼 동네에서 얻어터지면 몇살 터울난 형이 와서 나를 괴롭힌 놈을 때려눕혀주는 것도 아니라서, 물리적으로도 별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독수리오형제처럼 삼형제가 똘똘 뭉쳐서 상대에게 잔인하게 보복을 가하는 것은 순둥이 집안에서 거의 불가능한 시나리오였다.
  특히 80년대 초반만 해도 아들딸 구별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이런 구호를 땡전뉴스처럼 귀가 따갑게 들었던 처지라, 내 인생은 덤이 아닐까 늘 생각할 정도로 기분이 나빴다. 그래 하나만 낳지 왜 어머니는 셋이 낳았을까. 아냐 하나만 낳으면 내가 존재할 수 없으니 둘까지만.

삼형제라는 존재로 가장 불편한 점은 크게 세가지였는데,

그 첫번째는 택시를 탈때다. 당시만 해도 택시는 거의 에버랜드 놀이기구 못지 않은 재미와 흥분을 선사했는데, 문제는 아버지가 조수석에 타고 나면 뒷자리에 어머니와 아들셋. 즉 정원이 3명인 자리에 4명이 타야한다는 점이었다. 낑겨타다보니, 뒷좌석도 트렁크 못지 않게 짐을 부리는 공간이 아닐까 하고 의심을 했다.
승용차? 당시, 전세 살던 우리집에게 승용차란 사장님만 타는 걸로 알았다. 실제로 80년대 초반이면 택시는 포니2, 스텔라 이런게 뽑아져 나올때였다.  

두번째 밥먹을때마다 상당한 수준의 눈치와 생존경쟁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었다.
반찬수는 정해져 있고, 게다가 아버지 몫은 이미 멀찌감치 떼어놓고 남은 반찬가지고 아이들 셋을 먹여야 하는 어머니로서는 고민이 많으셨겠지만, 그 고민이 우리들 레벨까지 내려오면 이건 고민이 아니라 전투에 가까웠다. 한 사람당 할당된 김 3장으로 뒷산만한 밥공기를 다 커버하려면 필히 15등분해서 간장을 듬뿍 찍어서 먹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전투는 당연히 할당된 짬밥때가 아니라 아버지와 밥상머리를 같이 할때다. 이때는 할당량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버지 앞에 수북히 쌓인 김에 다들 침을 삼키곤 했는데, 문제는 장남인 형이 그것을 검열하는 위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평소에는 김 한장가지고 15등분을 하지 않고 한 2등분쯤 해서 먹으면, 식사 후 심한 갈굼과 잘하면 주먹다툼까지 가게 되는 것이다. 그 이유은 즉은?

'야 나는 15등분이라는 원칙을 지키고 있는데 니가 뭔데 맘대로 2등분이야'

한마디로 룰 위반이라는 소리다. 뭐 싸워도 아직 등치의 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심히 얻어터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형을 이길 수는 없었다.  

세번째, 마지막으로 잠 잘때다. 한방에 세명이서 자다 보니, 비좁은게 당연하다. 그래도 내가 쫌 성질이 더러워서 동생이 내쪽으로 붙으면 심한 발길질로 물리치곤 했는데, 다음날 깨어나보면 한사람이 잘 공간에 형과 동생이 몰려있고, 나만 2인분 장소를 차지하면서 자는 경우도 많았다.^^. 어쨌거나 한방을 중학교 끝낼 무렵까지 썼으니, 늘 나만의 책상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은 말할 나위가 없었다.

  세상사, 무엇이든 장단이 있는 법
삼형제라 좋은 점은 물론 있었다. 그것은 단연 놀때다.

  일단 셋이 밖에 나가면 따로 친구를 부르지 않아도 구슬치기가 가능했고, 특히 동생은 딱지치기에 대단한 소질이 있어서 동네 딱지는 대부분 수거(?)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수북히 쌓인 딱지를 몇번 고물상과 바꿔먹은 적도 있다. 또한 늘 문제를 일으키니까 심심하거나 외롭지는 않았다. 따라서 동네에서는 우리 삼형제를 아주 골치거리로 생각했는데, 일단 우리 셋이 밖으로 나가면 외동아들들도 우리들이 노는 소리를 듣고 슬금슬금 기어나오기 때문이다. 당시만해도 동네가 아스팔트 포장이 안되어서 먼지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어줍잖은 야구를 하다가 유리창 깨먹지, 축구한다고 소리지르지, 동네 아저씨들 입장에서는 소음을 일으키는 우리가 주범들인 셈이었다. 프랑스 축구가 지단의 발끝에서 시작해서 끝난다고 하는데, 우리 '돼지 삼총사'야말로 동네 꼬맹이들 놀이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아 색히들아 딴데 가서 놀아. 촤아악...."

하고 데모대를 해산시키는 양 호수까지 붙들고, 물대포을 뿌려대는 몰상식(?)한 어른들에 대해서 적잖이 적개심도 가졌지만, 당시에는 아직 그것을 조직적인 저항으로 변형시키는 방법을 몰라서 그냥 도망만 다니면서 게릴라식 호우처럼 놀이를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셋이 합심해서 놀다보면, 가끔은 기막힌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것은 없는 살림에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놀아볼까 하는 쓰잘데기 없는 궁리에서 나오는데, 때는 한겨울이었다. 당시 스케이트장 갈 돈도, 스케이트도 없는 우리는 얼음판에서 놀고 싶었다. 그래서 형이 제안을 한다.

  "야! 야! 이거 어때? 우리집 뒷문에서 현관까지 들어오는 복도 있잖아 그거 한 3민터 되는데, 거기 물을 뿌리면 그래도 근사한 우리만의 스케이트장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

생각해보니 그럴싸한 제안이었다.
당시 그 단독주택에는 총 3가구 살았는데, 2층은 주인집, 1층은 우리가족과 방하나만 따로 어느 신혼부부에게 빌려주는 식으로 하고 부엌과 화장실은 같이 쓰는 구조였다. 물론 2층 주인집과 1층 세입자는 초인종도 틀렸다. 2층 초인종은 근사한 문양에 누르면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누구세요"하고 마이크를 탄 음성이 들리는 것이었지만, 세입자 것은 정문도 아니고 뒷문에 달렸고, 개구리눈같이 생긴 게 누르면 닭모가지 비트는 소리가 요도방정을 떨었다. 벨소리 후에 확인도 그냥 창문 제끼고 육성으로 확인하는 원시적인 형태였다. 아무튼 세입자들은 정원이 보이는 정문이 아니라, 보통 뒷문으로 다녔으니까, 우리는 그 공간을 우리의 놀이터로 만들기로 작정한 것이다.    

  "야 가서 얼른 물 퍼와"

형은 나를 중간쯤 위치에 놓고 동생에게 다라에 물을 얼만큼 담가야할지 지시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모두 공짜로 스케이트장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순식간에 흥분모드로 진입했고, 물을 욕조에서 받아다가 뒷문 시멘트 복도에 옮기기 시작했다. 12월 찬바람이 매섭던 80년대 초반, 해는 서서히 저물어 세상이 보라색과 회색으로 섞이는 시간이었다.

"자...뿌려...얼른....금방 얼꺼야"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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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그니
인생의 갈림길에서/길에서 만난 연인들 l 2006.07.19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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