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의 일본표류기



작년(2007년) 11월 일본에 오기 직전에
제가 미르기닷컴 (http://blog.daum.net/mirugi/6005760)을 운영하시는 선정우님과
일본 애니메이션의 현실에 대해서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그 내용입니다. 이제서야 올리네요.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으신 분에게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기획특집기사①:일본 애니메이션의 현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애니메이터 김현근 대담
김현근
2호(2007년 11월 15일 발행) 기사



선정우:일본 애니메이션이 우리나라에는 작품만 수입되다 보니 작품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 외적인 측면, 예를 들어 시스템적인 부분이나 작가(애니메이터)들의 현실에 대해서는 그다지 잘 알려지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오늘은 일본 애니메이션 현장에서 몇 년간 일해오신 분께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점을 듣고 싶어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실체에 관해 직접 들어보자는 취지입니다.

사실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만큼은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가 천국이 아니라는 점은 일본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서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또 최근 몇 년 사이에 TV애니메이션이 공급 초과가 되면서 생긴 변화 등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 국내에서는 그저 수입된 인기 TV 작품을 보는 것 뿐, 그 이상의 정보가 넘어오지 않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돌아다니는 글도 대개 감상문일 뿐, 정보에 관해서는 아직 빈약한 편이죠. 일본에서는 업계를 통해 들려오는 정보도 있고 가끔은 언론에서 다룰 때도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에는 그런 뉴스가 안 들어오다보니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듣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현근:애니메이션 업계의 현실 위주로 말씀을 드리면 되겠군요.




선정우:그렇습니다. 그런 쪽에 초점을 맞추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인터넷, 특히 최근 인기가 높은 ‘블로그’ 등을 통해서 다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일본의 만화·애니메이션에 관한 글을 써오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필자, 혹은 연구자의 입장에서 다룬 것이고, 그보다도 현장에 계셨던 분에게 듣는 이야기가 다른 분들에게도 더 실감이 나지 않을까 합니다. 일본에서도, 일반 대중에게까지는 힘들어도 애니메이션 업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충 사정이 알려져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잘 모르니 말이죠. 예를 들어 앞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진출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그냥 무작정 가는 것보다는 현지의 사정을 어느 정도 알아두는 편이 더 유리할 테니 말입니다.

국내에서는 특히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가 너무 많이 유포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한 가지만 말해보겠습니다. 국내에서는 과거 일본 애니메이션을 논할 때 『아키라』『공각기동대』, 이런 작품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작품들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높인 작품이라고는 할 수 있을지언정, 오늘날 일본 애니메이션의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있는 작품들이죠. 예를 들어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이노센스』를 만들기 전에 기획했던 『가름 전기(G.R.M. THE RECORD OF GARM WAR)』 같은 경우에도, 감독에 오시이 마모루, 제작총지휘에 『타이타닉』의 제임스 카메론, 각본에 이토 카즈노리(『패트레이버』『공각기동대』 각본가), 특수기술감독에 히구치 신지(영화 『일본침몰』 감독), 디지털감독에 호소다 마모루(『시간을 달리는 소녀』 감독), 메카닉디자인에 마에다 마히로(『청의 6호』『암굴왕』 감독), 음악에 카와이 켄지(『공각기동대』『데스노트』, 한국영화 『야수』 음악 담당), 그리고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프로덕션 I.G(『공각기동대』『인랑』『BLOOD THE LAST VAMPIRE』『파프리카』 등의 제작사)라는 초호화 멤버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작품의 감독 레벨의 인물들을 다수 스태프로 기용했던 엄청난 작품이죠. 하지만 결국 투자비가 끊겨 제작이 중단되었잖습니까.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사상 최대의 제작비를 투입했던 오오토모 카츠히로의 『스팀 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키라』도 그다지 상업적으로 성공적인 작품은 아니었지만, 총제작비가 24억엔이나 들었고 제작기간이 10년이나 걸린 『스팀 보이』는 엄청난 실패작이었죠. 최종 흥행기록이 겨우 11억6천만엔이었다고 하니, 반도 못 건진 셈입니다. 관련상품의 재고도 당초 예상보다 높았다고 하죠. 실패 원인으로서 “10년 전의 아이디어를 요즘 시장에 내놓은 것”을 드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제작기간이 10년이나 걸렸기 때문에 작품의 아이디어 자체가 낡은 것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내막을 모르고서 한국에서는 작품만 보고 “멋지다” “나도 오시이 마모루나 오오토모 카츠히로와 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지 않습니까.

내막을 알고서, 그래도 나는 상업적인 성공을 도외시하고서라도 무조건 그쪽으로 가겠다는 생각이라면 괜찮습니다. 애시당초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적어도 제작비 몇십 억원을 투자받을 생각도 가지지 않을 것이고, 투자 받으려고 해도 안 통할 테니까요. 그런데 그런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내막을 아무도 모르고 있으니, 투자자들도 별 생각없이 무작정 될 것이라고 믿고서 투자를 해버리고 제작자들도 돈만 들여서 좋은 작품 만들기만 하면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해버린다는 것이죠. 작품의 제작 방향성은 『스팀 보이』로 해놓고서 흥행 성공에 있어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생각한다면, 일본 업계에서라면 제 정신이 아니라는 소리를 듣겠지만 한국 업계에서는 통용되어버린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오늘은 그런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현실을, 김현근씨에게 자세히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우선은 일본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되셨고, 한국에서 참여한 작품이 있으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일본에는 언제 가셨나요?

김현근:2000년 10월에 일본으로 갔습니다. 2001년 4월부터 2003년 3월까지 전문학교의 디지털애니메이션과에서 공부했습니다. 디지털애니메이션과라고 해도 애니메이션을 디지털로 만드는 방법만 가르치는 곳은 아니고요, TV애니메이션도 배우고 여러 가지 디지털 기기 사용법도 배우고, 편집까지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가르치는 곳입니다. 동화나 원화도 기본적으로 배워야 합니다.

2001년 겨울부터 현재의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인연으로 한국의 애니메이션 기획에도 참여하게 된 것이죠. 본격적으로는 2002년 겨울부터 3개월 정도 동화작업을 경험했습니다. 그 이전 아르바이트 시절에는 배경설정을 했습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가 기획하던 작품이 결국 제대로 안 되어서 엎어지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한국과도 같이 일하게 될 작품이었기 때문에, 약 3개월 정도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수퍼바이저 자격으로 왔었는데, 한국 업체 측에서 요구한 만큼 퀄리티가 나오지 않았죠. 그때 한국 애니메이션 현장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다니던 회사에서 제작하던 방식은 조금 달랐지만,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 회사가 TV애니메이션을 만들 때에는 먼저 스폰서를 구합니다. 보통은 ‘제작위원회’라고 불리는 스폰서 조합을 만들어서, 그 돈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지요.




선정우:제작위원회(製作委員會) 얘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여쭤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에 관해 모르는 것이 많은 상황입니다. ‘제작위원회’라는 시스템에 대해서도 잘못된 정보가 인터넷에 퍼져 있기도 하더군요.

김현근:제작위원회는 법인이 아니라 일종의 임의단체입니다. TV 시리즈 만드는 경우에는 잘 사용되지 않고, 보통 대규모 인력 및 자본이 동원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만들 경우에 많이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제작본부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1컷당 얼마 하는 식으로 계산하게 되는데, 보통 TV애니메이션의 경우 300컷이 일반적입니다. 전체 분량을 나눠서 몇 퍼센트는 이 스튜디오, 나머지 몇 퍼센트는 저 스튜디오 하는 식으로 작업량을 분배하는 역할도 제작위원회에서 하게 됩니다.

선정우:요새는 극장판만이 아니라 TV판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에도 제작위원회 명칭을 붙이는 경우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심야 TV애니메이션에 『AIR(에어)』라는 작품이 있었죠. 이 작품에는 제작위원회 명칭을 ‘익인전승회’라고 붙였는데, 국내에서는 소문이 이상하게 돌아서 이 ‘익인전승회’란 단체가 『AIR』 매니아들의 모임이라고 알려졌던 적이 있습니다. 『AIR』란 작품이 TV애니메이션이면서도 작화 퀄리티가 매우 높았는데, 그것은 『AIR』 팬들이 모인 ‘익인전승회’가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헛소문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김현근:『AIR』의 예처럼, 작품의 퀄리티가 좋은 경우에는 사실 다른 이유가 잇습니다. 핵심적인 컷에 더 많은 역량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죠. 그런 핵심적인 장면들을 잘 그리면, 다른 부분에서 예산을 절감하더라도 티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런 핵심 장면을 잘 그리고, 또 어떤 부분에 배치시키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연출가가 연출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죠. 오타쿠나 팬들이 모여서 그린다고 애니메이션이 잘 만들어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노하우, 즉 기술의 문제죠.

가장 기본적인 것은 콘티를 짜는 연출력입니다. 또 연출을 아무리 잘 해놓아도 작화에서 제대로 받쳐줘야 합니다. 그런 인력이 필요하고, 제작위원회는 이런 제반 사항이나 공정을 관리하기 프로젝트 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작상의 리스크 분산이라는 측면에서도 위원회 방식이 선호됩니다. 제가 지금 있는 회사에서도 극장판 작품을 하려고 했었습니다만, 실제로
극장판 작품은 개별적인 회사의 이름 보다는 작품 제목을 내건 ‘제작위원회’ 명칭이 투자를 받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NARUTO(나루토)』면 ‘나루토 극장판 제작위원회’라고 간판을 다는 편이 투자자가 알기 쉽다는 것이죠. 투자를 하는 스폰서들은 여러 가지 유형의 회사입니다. 파칭코 회사까지 포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투자금을 언제 받고, 언제까지 제작 작업을 완료하고, 투자금을 어떻게 쓰고, 그런 것을 제작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입니다. 중심이 되는 메인 PD가 인맥 등을 총동원해서 일을 할 사람을 섭외하고 일을 배분합니다. 누가 저 분야 잘하고, 배경은 누가 잘하고 그런 것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반대로 TV애니메이션 같은 경우에는, 한국에서는 방송국이 애니메이션 작품을 사가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제작사가 반대로 방송국에 돈을 내고 전파를 사서 애니메이션을 방송합니다. ‘전파료’라고 하는데, 그 돈을 내고 방송 시간대를 구입하면 그 방송 시간에 광고를 넣을 수 있는 권리가 생깁니다. 그 권리를 스폰서 측에 내주는 것이죠. 스폰서는 광고 시간을 얻기 위해 프로그램에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방송국에 전파료를 직접 내지 않고, 방송국을 다른 형태로 지분 참여시키는 방식도 생기고 있습니다. 요즘 애니메이션에 방송국이 직접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그런 케이스들이죠.





선정우:그런 점이 바로, 어떻게 보면 한국의 애니메이션 시스템이 더 나은 상황이라는 것이죠. 한국에서는 어쨌거나 만들면 방송국에서 돈을 내주는데, 일본은 거꾸로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측에서 방송국에 돈을 줘야 한다는 것이니까요. 물론 일본도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돈이 그렇게 많이 있을 리가 없으니 방송 광고를 통해 스폰서를 끌어들여야 하는데, 그 광고를 끌어와야 하는 주체가 방송국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제작사라는 점이 문제인 것이죠. 만약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광고 스폰서를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알아서 방송국에 데려다준다면, 어느 방송국이 애니메이션에 시간대를 안 내주겠습니까. 하지만 일본에서는 광고대리점(대표적인 기업에 덴츠나 하쿠호도 등이 있음)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스폰서, 그리고 방송국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한국에는 그런 중간업체가 없다는 점이 일을 어렵게 하고 있죠.

물론 광고대리점의 존재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얼마 전에 일본의 만화평론가 타케쿠마 켄타로씨의 블로그를 통해 화제가 되었는데, 애니메이션 제작 예산의 내역을 밝힌 글이었습니다. 거기에 보면 일본의 TV애니메이션 한 화분 예산은 5000만엔입니다. 스폰서 업체가 이 5000만엔을 내면, 그걸 광고대리점이 중간에 1000만엔을 떼어가고 4000만엔을 방송국에 넘깁니다. 그것이 다시 각 지방방송국으로 넘어갈 때에는 2000만엔이 된다는군요. 그러다보면 애니메이션 제작사, 그 중에서도 총제작을 맡는 ‘원청 프로덕션’에 넘어가는 전체 예산이 800만엔으로 줄어듭니다. 그 800만엔을 가지고 원화와 채색 등 작화프로덕션, 배경미술을 맡는 미술회사, 촬영과 편집회사, 성우를 포함한 음성제작 프로덕션이 나눠 갖는다고 하더군요. 즉 당초 스폰서 업체가 낸 돈은 5000만엔인데, 광고대리점이 1000만엔, 방송국이 2000만엔, 이런 식으로 떼고 나면 정작 실제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그 6분의 1 이하인 800만엔 밖에 쓰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중간업체가 있게 되면 제작 분량은 늘어나겠지만, 한 편당 받을 수 있는 제작비는 많이 줄어들게 된다는 문제가 있죠.

그러다보니 당연히 이런 피라미드 구조의 최하위에 존재하는 개별 애니메이터들의 수입은 최악의 상황에 몰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본 애니메이터, 특히 작화를 담당하는 작화 파트 애니메이터들의 수입이 그렇게 낮은데도 완성된 애니메이션 작품이 훌륭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그야말로 일본의 애니메이터들이 애니메이션을 사랑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자신의 작품에 돈보다 자부심을 갖고 노력을 하기 때문에 훌륭한 작품이 나오는 것이죠. 한국에서는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야말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돈보다 애니메이션을 사랑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계속해나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일본은 “그래도 우리보다는 사정이 낫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편이죠. 하지만 사실은 일본도 사실 별다를 바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본의 애니메이터들도, 특히 작화 애니메이터들의 경우에는 수입이 너무 적어서 먹고 살기가 힘들 정도라는 사실이 여러 번 일본의 매스컴을 통해 보도된 바 있거든요.




김현근:저는 반대로 한국 작품 기획에 참여를 하면서 한국 상황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애니메이션을 분명히 TV에서 방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이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에 튼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성장할 수가 없다는 것이죠.

일본의 방송 시스템을 보면, 애니메이션이 저녁 7∼8시 사이, 드라마가 9시, 뉴스가 10시라는 식으로 거의 고정되어 있습니다.


선정우:일본의 경우에는 그런 ‘프라임 타임’(골든타임) 시간대에 방영된 애니메이션들이 장기간 인기를 유지하는 효자상품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방영 시간대가 오후 4시라든지 4시 30분이니 당연히 시청률이 안 나오고, 시청률이 안 나오니까 더더욱 좋은 시간대에 방영될 리가 없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것이죠.




김현근:일본 애니메이션의 장점으로 들 수 있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TV시리즈보다 2∼3배 이상의 퀄리티가 요구됩니다. 극장판은 자본집약적으로 짧은 시간 집중해서 집중적으로 수익을 뽑아 오는 것이 가능합니다. 일본은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만든다고 하면, 이미 다 갖춰진 방법론을 통해 진행이 되고 수익이 나온다는 것이죠. 그 바탕은, 평소에 이미 많은 TV시리즈 작품이 제작되어 방영되고 있기 때문에 애니메이터들의 기량이 항시 유지될 수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TV판 애니메이션의 경우 애니메이터들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매우 촉박하고 돈도 그다지 남지 않습니다. 하지만 극장판은 TV판과 비교한다면 여유가 있는 스케줄과 예산이 잡힌다는 것이죠. 조금 과장되게 이야기한다면, 평소에는 TV판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어느 정도 날림으로 그리다가도, 극장판을 만든다고 하면 평소에 유지했던 기량을 한꺼번에 펼친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TV판 애니메이션을 자체적으로 장기간 다량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인력 양성이 되어 있지 못합니다. 시스템이 되어 있지 않으니 새로 작품을 기획해도 거기에 맞춰줄 수 있는 애니메이터들이 없는 것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저임금 이야기도 있지만, 예를 들어 일본의 제작사는 연출가에게 이렇게 요구합니다. “300컷 이상 쓰지 말라. 그러면서도 재미는 있어야 한다.” 즉 분량은 매우 적게 만들어야 하면서도 재미있는 내용으로 만들라는 것이죠. 그렇게 하려면 고도의 연출력이 필요합니다. 재미있게 만들지 못하면 끝장입니다. 그러니 그런 한계 내에서 어떻게든 튀어보이도록 하기 위해 온갖 장치를 마련하고 많은 시도를 하게 되는 것이죠. 그에 비해 한국에서는 아직도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 하나의 장면에 수십 매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디즈니처럼 자연스러운 것도 아니니…. 비용은 비용대로 들어가고 그에 따른 결과물은 나오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죠.


선정우:일본의 대표적인 TV애니메이션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가이낙스의 창립자 출신으로 현재 애니메이션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오카다 토시오씨의 책에서 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은 당초 일본의 TV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작화 매수가 매우 적게 제한되었던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계속 반복되는 장면, 즉 변신 장면과 같은 부분을 상당히 길게 잡아두고 있죠. 국내판에서는 삭제가 많았기 때문에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TV판을 제대로 본 분들은 기억하실 겁니다. 작중에 등장하는 여러 명의 ‘미소녀전사’들의 변신 장면을 매화 반복해서 보여주느라고, 심할 경우에는 25분 정도 분량의 한 화 안에서 도대체 몇 분을 변신 장면으로 채웠을까 싶을 정도로 반복 장면이 길었죠. 그것이 다 작화 매수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제작사 측에서 작화 매수의 제한을 조금 늘려주자 제작진들이 정말 기뻐했다고 하더군요.

그런 반복되는 장면으로 전투 미소녀물에서는 변신 장면, 로봇물에서는 변신과 합체 장면을 주로 사용하게 되는데요. 그런 장면들은 매화 반복되니만큼 최대한 퀄리티를 높여서 만들어두고, 다른 장면들에는 적당히 날려서 그리는 식으로 작화 퀄리티의 완급을 조절했던 것이죠.

김현근:그렇죠. 결국 제작 노하우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작품, 특히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어려운 이유도 그것 같습니다. 숙련된 애니메이터, 국산 작품을 많이 해본 애니메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이죠. 작화 매수를 무작정 늘린다고 재미있는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거든요.




선정우:맞습니다. 일본도 처음부터 그런 작화 퀄리티의 완급 조절에 관한 노하우가 있었던 것은 아니죠. 예를 들어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만화가 테즈카 오사무가 직접 애니메이션 감독까지 맡았던 『불새 2772 사랑의 코스모존』(원안·구성·총감독 테즈카 오사무/1980년 개봉)에서, 당초 테즈카 오사무는 이 작품을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어했다고 합니다. 1초에 24장씩 그리기만 하면 풀 애니메이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당시에는 아무래도 그런 완급 조절과 같은 노하우가 떨어졌던 것인지, 아니면 테즈카 오사무 자신의 경험 부족이었던 것인지 결국은 실패했습니다. 『불새 2772 사랑의 코스모존』 전반부는 풀 애니메이션처럼 만들었는데, 후반부에서 예산이 떨어져서 다시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으로 돌아갔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이 역시도 오카다 토시오씨의 책에서 읽은 것입니다만…. 그때까지도 여전히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의 제작 노하우가 지금처럼 완벽하게 정착되어 있지는 못했던 듯 합니다.

그런 사례를 보아도, 한국에서 생각하는 만큼 일본 애니메이션의 퀄리티가 무조건 다 높았던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 증명됩니다. 1980년이면 한국에서도 애니메이션을 쭉 만들고 있던 시절인데, 일본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작품만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잖습니까.

김현근:예전에 제가 학교에 있을 때, 린 타로 감독이 가르치러 왔었어요. 린 타로 감독은 처음에 토에이 동화에 입사했다가 테즈카 오사무가 불러서 무시 프로덕션으로 옮겨갔거든요. 처음에 TV판으로 『철완 아톰』을 만들 시절에, 예전 토에이에서 같이 있던 사람들한테 그것도 애니메이션이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토에이에서는 극장 애니메이션만 만들었으니, 작화 매수가 훨씬 떨어지는 TV 애니메이션에 대한 비판론이 강했던 것이겠죠.

그러면 『철완 아톰』의 작화 퀄리티가 왜 떨어졌는가, 한 마디로 예산이 없었던 것입니다. 사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저임금 구조 자체가 테즈카 오사무로부터 이어져오고 있다고 하거든요. 동전의 양면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런 저임금 구조 덕분에 일본의 TV 애니메이션이 지금까지 번성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거든요. 테즈카 오사무로서는 워낙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제작비를 애니메이션 사업 자체에서 만들어내기보다 그냥 자기가 만화를 그려서 버는 원고료로 충당했다고도 하죠. 어쨌든 『철완 아톰』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일념으로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 덕분에 그만큼 적은 작화 매수를 연출로 보충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제작 방식이 탄생하게 되었죠.

린 타로 감독도 무시 프로덕션에서의 많은 경험을 통해 연출력을 키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때 워낙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에 질렸는지, 나중에 『메트로폴리스』를 연출할 때에는 자기도 예전부터 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한 번 원없이 만들어봤다고 하더군요.


선정우:『메트로폴리스』는 15억 엔이라는 당시까지 최고의 제작비가 들어갔다는 작품인데요. 총 작화 매수도 무려 15만장이라고 하더군요.

김현근:그렇습니다. 그런데… 재미가 없었지요. 저도 가서 봤거든요. 그러니까 제작비가 많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는 것입니다. 아까 언급했듯이 테즈카 오사무 이후 일본 애니메이터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데, 저임금이다보니 당연히 작화 매수도 적고 그런 제한 안에서 기발한 연출로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 현재의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인 것입니다.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등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화면의 ‘레이아웃’을 가장 중요시합니다. 어떻게 하면 가장 멋진 앵글로 캐릭터의 포즈를 잡아줄 것인가? 그것이 가장 핵심적인 사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레이아웃에서 이미 모든 것이 끝납니다. 작화의 움직임보다도 화면의 구성을 더 중시한다는 것이죠. 원화 담당의 애니메이터가 원화를 그려도, 그것을 가지고 작화감독이 재조정합니다. 화면을 꽉 차고 밀도 있게 보이도록 구성하는 것이죠.

그렇게 하면 한 장면을 5초 동안이나 멈추고 있어도 시청자가 질리지 않도록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미국 애니메이션에서 한 장면을 5초 동안 멈춰놓고 있으면 바로 시청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겠죠. 일본 애니메이션에는 그런 노하우가 숨어 있고, 그것이 알게 모르게 업계의 모든 이들에게 공유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낮은 제작비로도 그런 훌륭한 작품들을 만들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점이, 작화 매수를 그저 줄이기만 해서 애니메이션이 재미있게 만들어질 리는 없다는 것입니다. 애니메이션은 말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잖습니까? 동작이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면 느껴지겠지만, 미사일이 날아가는 장면 하나에서도 그냥 밋밋하게 날아가지 않거든요. 자동차가 움직이는 장면에서도 잠깐 멈칫, 했다가 다시 나가는 움직임. 그런 타이밍을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죠. 그런 식으로 만들어내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예를 들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죠. 작화 매수는 절약하되, 그런 다이나믹한 장면은 중력의 법칙에 따라 철저히 따져서 만듭니다. 전체 매수는 줄이되 써야할 부분에서는 쓴다는, 그런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한국에서는 아직 그런 구조가 시스템적으로 안정되어 있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선정우:미야자키 하야오도 『미래소년 코난』 시절부터 이미 인상적인 동작을 구현하고 있었죠. 비행기의 움직임이나 주인공 코난의 동작 등등…. 그런 TV애니메이션을 거쳤기 때문에 차후에 극장 애니메이션에서 더 놀라운 작화 능력을 보여줬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방금 말씀하신 일본 애니메이션에 있어서의 독특한 미사일 움직임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이타노 이치로 작화감독일 텐데,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서 미사일이나 비행기의 움직임 표현에 있어서 인상적인 작화를 만들어내었죠. 그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도 역시 TV애니메이션이고요. 독특한 화면 구성으로 유명한 카나다 요시노리(『무적강인 다이탄3』 등 로봇물과 『나우시카』『라퓨타』 이후 스튜디오 지부리 작품에 다수 참여한 애니메이터)나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도 다들 TV 시리즈를 거쳤죠.

김현근: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선라이즈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 위에서 작화 요령이 다 내려옵니다. 메카닉을 이렇게 그려달라든지, 폭발 장면의 경우 연기는 이런 식으로 그리면 안 되고 이렇게 하라든지, 물이 흐르는 장면은 이렇게 하라는 식으로…. 그런 노하우가 다 갖춰져 있다는 것이죠.

선정우:상당히 촘촘한 규정이 있는 것이군요?

김현근:그렇습니다. 그 와중에 한 사람은 폭발 장면만 계속 그리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이 그린 폭발 장면이 멋지다는 사실을 다 알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이름이 알려지게 된 후에 스튜디오 지부리에서 데려갔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폭발이나 비행 등 물리적인 장면은 데이터가 많이 축적되어 있어야 합니다. 일본에는 기존 애니메이션 작품이 많이 있으니까 그걸 보고 애니메이터들이 연구를 하고 새로 개발해서 발전하는 것이죠.




선정우:말씀하신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한국에서는 아직 일본에 비해 애니메이션 제작 편수가 적다보니 그만큼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결론지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본도 사실 옛날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도 중요하겠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에서는 이미 경지에 오른 일본 작품들이 대중의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일본과 비교되어 버린다는 것이 문제겠죠.

잘 아시겠지만 일본에서는 일반 대중은 잘 모르더라도 마니아나 애니메이션 관련 업계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자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지식이 있잖습니까. 단순히 감독이 누구냐 하는 정도가 아니라, TV애니메이션에서라면 몇 화 몇 화의 연출이 누구고 각본이 누구고 원화가 누군가 하는 세세한 부분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업계에 진출한다는 것이죠. 반대로 한국에서는 웬만큼 잘 알려진 마니아나 평론가들조차도 미야자키 하야오, 오시이 마모루 정도의 이름 외에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죠. 그러다보니 ‘제작위원회’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오해까지 퍼지고 있는 현상인 것이죠.

그런 오해들 탓에, 정작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어설픈 선입관을 가진 독자들이 받아들이지 않거나 새로운 오해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고요. 차라리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이라면 억측도 생기지 않겠지만, 깊이있는 정보는 알려지지 못하는 반면 만화나 애니메이션 작품 자체는 여러 가지 경로로 수입이 되어 광범위하게 보여지고 있습니다. 작품과 정보 유통의 그런 불균형이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김현근: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의 특정 파트에 어떤 유명한 사람이 있는지 업계에서는 잘 알려져 있죠. 그런 정보가 퍼지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애니메쥬」와 같은 잡지입니다. 단순히 감독만이 아니라 작화감독이나 캐릭터디자인, 심지어는 원화 단계에까지 능력있는 애니메이터를 소개하는 역할을 해온 잡지죠. 그래서 각 분야마다 해당 담당자들에게 팬이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애니메이션을 둘러싼 환경이나 업계 이야기도 깊이있게 다뤄지고요. 그런 정보가 한국에서는 없어왔기 때문에 아쉽습니다. 물론 일본에서도 매스컴이 애니메이션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기사로 다루는 일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정보 전달의 격차가 더 크다는 점이 문제인 것 같군요. 정말 ‘그림’만 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선정우:과거에 저는 1990년대 중반까지도 혼자서만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습니다. 만화를 좋아하는 다른 팬들과 본격적인 교류를 시작한 것은 1995년이 되어서였죠. 그때 PC통신의 만화·애니메이션 동호회의 분위기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고 여러 가지 놀란 점이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애니메이션 잡지의 선호도였습니다. 저는 1990년 전후부터 쭉 「애니메쥬」를 중심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잡지를 보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일본어가 아주 능숙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충 읽을 수는 있다보니 이미지 위주의 잡지인 「뉴타입」보다 정보와 기사 위주의 「애니메쥬」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의 애니메이션 팬 사이에서 압도적으로 선호되던 일본 애니메이션 잡지는 「애니메쥬」가 아니라 「뉴타입」이었던 것입니다.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 탓이겠지만, 그때부터 이미 국내의 팬덤은 그 방향성이 정해져 있던 셈이죠.

그러다보니 그 후 애니메이션 관련된 기사를 싣는 매체가 생기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최근의 이슈나 작품에 대한 감상문, 혹은 특정 작가 몇몇에 관한 인물평 위주의 글만 실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껏 청탁받아 써온 글도 그런 종류가 적지 않았죠. 업계의 관련 정보가 실릴 수 있는 플랫폼 자체가 없었으니, 심도있는 정보가 국내에 알려지지 못한 것도 당연하겠습니다. 애니메이션 업계의 사람이나 마니아들도 모르는 정보를, 시청자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게다가 더 문제는, 자신들이 모른다는 사실조차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잘 모르면서도 본인들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그러니 언제까지나 『아키라(AKIRA)』가 어떻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어떻고 안노 히데아키가 어떻고…. 그런 수준에서 논의가 멈춰있다는 느낌입니다.




김현근:한국에 국산 애니메이션 시장 자체가 워낙 작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뽀롱뽀롱 뽀로로』 등 3D 애니메이션은 시장이 좀 있지만요. 시장 자체가 작다보니 대중의 관심이 적고, 그러다보니까 잘 모르는 것이겠죠. 성공한 적이 있어야 투자가 지속적으로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숙련된 제작 인력이 한국에서는 제대로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는 것이죠.

일본 애니메이션도 사실 그렇거든요. 예를 들면 연출만 해도 시간당 겨우 2천엔(약 1만6천원) 받습니다. 연출가라는 것이 무엇이냐 하면 콘티를 짜는 작업이거든요. 전체적으로 화면 구성을 하는 사람입니다. 원화 담당이 그림을 그려오면 그 그림이 작품 흐름에 맞는지, 앵글이 효과적으로 배치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최종적으로 그림 조정을 하는 이는 작화감독인 것이고요.

한 달에 3편 정도만 참가할 수 있으면 수입이 되긴 합니다. 하지만 한 달에 3편씩에나 참가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는 것이죠. 애니메이터는 대개 프리랜서니까 의료보험이 되는 것도 아니고…. 저희 회사는 그나마 월급제였는데, 보통은 월급제가 아니라 컷 당 얼마씩 산정해줍니다. 그러니 웬만큼 그려봤자 월 15만엔(약 120만원) 수입이 고작이죠. 물론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스타도 많지만, 그들이 작품의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냥 다들 애니메이션이 좋아서 일을 하는 것인데, 30대가 넘어가면 별 도리가 없는 거죠. 아예 오오토모 카츠히로나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대성하지 않는 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자본 동원이 가능한 애니메이션 제작사나 방송국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이지, 현장에서 일하는 애니메이터가 돈을 벌지는 못하는 구조입니다.


선정우:제가 듣기로도, 일본의 어느 애니메이션 회사는 주식 공개를 해서 돈을 많이 벌었지만 소속 애니메이터들은 어려운 형편이라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오시이 마모루 같은 경우, 초기에는 연출만 하고 연출비만 받았었는데요. 나중에 보니까 애니메이션 작품의 경우, 저작권료가 회사 이외에는 각본가에게만 돌아오는 것이 있을 뿐 감독에게는 없더란 말이죠. 그래서 자신에게 수입이 돌아오지 않자, 그 후로는 직접 각본을 맡지 않는 작품은 연출을 되도록 안 맡고 싶어한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그래서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나 『공각기동대』 시절에는 연출만 맡는 경우가 많았는데, 『인랑』 같은 경우에는 직접 연출을 맡지 않고 각본만 참가했죠. 『이노센스』에서는 감독과 각본을 겸했고요. 뭐 2008년에 개봉한다는 신작 『스카이 크롤러』에서는 각본 참여 안 하고 감독만 맡는 듯 합니다만….




김현근:애니메이션 제작에는 굉장히 많은 인력이 참여하고 물론 영화도 그렇지만, 핵심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보상체계가 사실상 없고, 자본을 투자한 사람들에게만 이익이 다 돌아간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일을 맡길 때 제작비나 운영비가 풍족하게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그런데도 일본에서 왜 이렇게 애니메이션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는가? 그 이유라면 사실 간단합니다. 일본의 애니메이터들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면, 한 마디로 그들에겐 애니메이션이 ‘직업’이 아니라 ‘놀이’입니다. 취미라는 것이죠. 돈이야 많건 적건 자신들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니까 한다는 식이죠. 그런데 이런 사고 방식이, 생활에 있어서는 좋을 수가 없잖습니까. 그러니까 대개 나이 30이 넘으면 정리하고 떠나곤 합니다.


그러니까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현장에서 10∼15년 정도 활동할 인력들을 계속 빨아들이고 그 후에는 다시 나가버리는 구조입니다. 대충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들어와서 30대 되어 생활하기 어려우면 나가고, 나간 만큼 다시 젊은이들을 뽑아서 돌리는 구조라는 것이죠. 일본은 워낙 마니아들이 많으니까 계속 인력이 충원되는 겁니다. 그나마 동화 파트에서는 일본인 인력을 이제 아예 쓰지 않습니다. 한국이나 외국으로 하청을 돌리고 있죠. 그런 식으로 돌아가면서도 일본 애니메이션이 왜 잘 만들어지는가?

애니메이션 제작의 핵심적인 포인트만 놓고 보자면, 제작공정에서 중요한 두 파트의 인력이 있습니다. 그 두 파트만 잘 되면 애니메이션이 잘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하나는 콘티를 만드는 연출가, 또 하나는 작화감독입니다. 작화감독이 어떤 파트인가 하면, 애니메이션은 수십 명의 원화가가 그림을 그리잖습니까. 그러다보면 아무리 캐릭터 설정표가 있다고 해도 그림이 조금씩 다 달라지게 됩니다. 그걸 통일시켜주는 사람이 작화감독입니다. 그러니 원화나 동화가 어느 정도 수준만 된다면, 그 그림들을 통일시켜줄 능력있는 작화감독에게 맡겨버리면 사실상 끝인 것입니다. 그러니 그런 연출가나 작화감독만 잘 관리하면 일본의 애니메이션 시스템은 잘 돌아갑니다. 그런 요직의 애니메이터들은 당연히 대우를 잘 해줍니다. 그 사람들이야말로 크리에이터니까, 번듯하게 월급제를 하죠. 나머지 그 밑의 사람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적절히 부려나가는 것입니다. 어차피 그 밑의 사람들 그림이 최종적으로 TV 화면에 나가는 것이 아니거든요. 작화감독이 다 수정해서 나가는 것이죠.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주로 원화가에게 그림을 많이 맡기는 편이라고 알고 있는데, 일본 시스템에서 원화가의 결과물은 단순히 ‘밑그림’에 불과합니다. 물론 원화가의 그림이 작화감독보다도 뛰어날 경우엔 그 그림에 채택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통일성을 위해 작화감독에게 권한을 일임하는 편입니다. 그러니 그런 키가 되는 인력만 잘 관리하면 작품의 질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선정우:결국 그 두 파트의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는 보조 역할에 불과하다는 것이군요? 그동안 일본이나 한국이나 양극화 현상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고, 요즘엔 소위 ‘88만원 세대’라는 말도 유행하는데…. 사회 구조와도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현근:그런 인력들이 성장해서 나중에 작화감독이 되는 것입니다만, 아무튼 작화감독이 되지 않으면 돈을 제대로 벌어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작화감독을 하면 그걸로 끝이 아니죠. 예를 들어 1편에 30만엔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세 작품을 해야 90만엔 수입입니다. 그런데 몸이 아프거나 해서 일을 쉬면 바로 수입이 끊기죠. 또 아무리 작화감독이 되었다고 해서 1년 내내 쉬지 않고 몇 작품씩 일이 들어오는 사람의 수는 제한되어 있을 것 아니겠습니까. 모든 애니메이터들이 작화감독 되고 싶어할 텐데…. 쉽지가 않은 일이겠죠.




선정우:최근에 일본에서 TV 애니메이션이 너무 많이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1990년대 말에도 애니메이션 잡지에서 그 해에 제작된 TV 애니메이션이 너무 많이 늘어났다는 기사가 실렸죠. 실제로 1995∼97년에 『신세기 에반겔리온』 붐이 일어난 이후 TV 방영 애니메이션이 1년에 30∼40편 정도에서 갑자기 70편 가까이 폭증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의 TV 애니메이션 수는 1995∼97년까지 매년 40편 이하였는데, 1998년 69편, 1999년 68편으로 증가) 그런데 2004년에 드디어 100편이 넘었고, 2006년에는 무려 150편을 넘어섰다고 하죠. 왜 이렇게 TV 애니메이션이 많아진 것입니까?

김현근: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제 견해로는 두 가지 요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수 있는 만화가 너무 많습니다. 원작이 너무 많으니 쉽게 투자가 이루어지고, 저임금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만 하면 원작의 고정 팬들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의 수익 확보는 가능해집니다. 예전에는 오리지널 TV 시리즈를 방영하고 그 시청자층을 노린 극장판을 만들어 이익을 회수하는 방식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TV 시리즈를 만들고 바로 DVD 출시를 하면 이익 회수가 빨리 가능한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예전에는 주로 「소년 점프」와 같은 소년만화 잡지에서 인기있는 만화를 황금 시간대에 편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TV 애니메이션의 모습이었습니다. TV 애니메이션이란 어디까지나 어린이 시청자를 위한 작품으로서, 아이들에게 꿈을 주는 취지였다는 것이죠. 그런 요즘은 심야 시간대의 TV 애니메이션이 매우 많이 늘어났습니다. 혹은 유료 채널이나 위성방송 같은 것도 늘어났고요. 그런 작품은 어린이를 위한 것이 아니죠. 마니아층, 그것도 돈을 쓸 여력이 되는 연령대를 타겟으로 한 작품이 늘어난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워낙 애니메이션이 많아져서, 예전처럼 ‘누구나 아는 원작’이라는 개념이 필요없어졌습니다. 세분화된 소규모의 마니아·오타쿠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당연히 작품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의 한 애니메이션 잡지에서 분기별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으면 좋을 작품 리스트》 인기투표를 합니다. 나중에 보면 그 중에서 1위 이하 몇 위까지는 대부분 애니메이션화됩니다. 그 정도로 원작과 애니메이션화의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는 것입니다. 애니메이션화되면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에 당연히 원작 만화도 더 잘 팔리게 됩니다. 선순환 구조로서 양쪽에 다 이득이 되는 것이죠. 편의점 체인과 손을 잡고 완구를 팔기도 하고…. 심야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는 그 자체가 광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련 상품의 발매를 위한 광고.

정리하자면
현재의 TV 애니메이션 물량 공세 현상은 첫째, 원작이 될 수 있는 만화·소설 등의 작품이 많다. 둘째, 마니아 등 세분화된 시장 개척이 가능해졌다. 그 두 가지를 원인으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정우:옛날 같으면 OVA(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로 만들어질 분량이나 내용의 작품도 요즘은 전부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는 추세니까요. 덕분에 OVA는 거의 사라진 셈인 것 같습니다. TV 애니메이션의 폭증과 더불어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새로운 경향으로서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양극화 현상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튜디오 지부리 작품은 매년 대성공을 거두고, 그 외에는 『크레용 신쨩』(『짱구는 못말려』)나 『도라에몽』, 『ONE PIECE(원피스)』 등 장기 시리즈 작품만이 흥행을 하고 있는 현실 말입니다. 나머지 오리지널 작품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예전에도 오리지널 극장판이 항상 성공했던 것은 아니고, 어쩌면 예전에도 흥행면에 있어서는 그다지 반응이 없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카도카와쇼텐이나 토에이 등을 중심으로 오리지널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져 왔는데요. 최근의 경향으로서는 유명한 감독이 연출한 대작들의 흥행 성적도 그다지 좋지 못한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오오토마 카츠히로의 『스팀 보이』겠죠.

김현근:스튜디오 지부리 작품만 성공하고 있죠. 엄밀하게 말하면 미야자키 하야오 것만이 아닌가 합니다만…. 『게드 전기』는 실패하지 않았나요?

(※주 - 이 말과는 달리 『게드 전기』는 스튜디오 지부리 작품 중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을 제외한 최대의 흥행 성공작이었다. 스튜디오 지부리의 역대 모든 작품 중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하울의 움직이는 성』『모노노케 히메』에 이어 역대 흥행성적 4위를 기록했다. 그러므로 더 이상 ‘스튜디오 지부리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 것만 흥행에 성공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셈.)

그런 반면 『명탐정 코난』이나 『원피스』처럼 장기 시리즈가 극장판으로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말로 제작사가 앉아서 그냥 돈을 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이익이 남는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장기 TV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작품을 극장판으로 제작하면, 추가로 들어가는 예산이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설정비 같은 것들이 거의 필요가 없죠. 기존에 만들어진 설정을 그대로 쓰면 되니까요. 게다가 기존에 TV 시리즈에서 이미 숙련되어 있는 애니메이터들에게 돈을 조금만 더 주면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애니메이터들로서도 극장판 제작을 환영하는 이유가, 극장판을 만들려면 최소한 6개월 정도는 필요한데 그 기간 동안 수입이 안정적으로 보장되거든요.

극장판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그 애니메이터들이 평소에 하던 작업을 조금만 더 세밀하게 만들면 되는 것이니 그리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죠. 때문에 제작기간도 아주 길 필요가 없습니다. 평소에 『명탐정 코난』을 몇 년간 그려오던 애니메이터들에게 또 『코난』을 그리라고 하는 것이니, 어려울 이유가 없는 것이죠. 그처럼 제작이 비교적 쉬운 반면, 수입은 일정 액수가 보장된다는 장점이 또 따라붙습니다. 그런 TV 시리즈에는 고정 관객층이 있거든요. 즉 TV 애니메이션에서는 이거 빼고 저거 빼면 수익이 그저 그런 작품이라도, 극장판에서 충분히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인 것입니다. 그만큼 장기 TV 시리즈의 극장판이란 것은 리스크 관리가 안정적으로 가능한 시스템이죠.




선정우: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야자키 하야오, 오시이 마모루, 오토모 카츠히로, 그런 쪽만 보고 있으니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사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초창기 극장 애니메이션 전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잖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지만, 『이웃의 토토로』까지도 흥행에 성공했다고 하기 힘든 작품이죠. 그런 작품 외적인 환경이나 시스템에 대해서는 무지한 채로 문제점을 인식조차 못한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불만입니다.

김현근:오리지널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문제점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일단 기획을 해서 투자를 받은 다음에 그 돈으로 제작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제작 기간이 길어진다든지 제작비가 초과해서 예산이 다 떨어지게 되면, 추가로 스폰서를 더 끌어모아야 제작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죠. 투자를 더 받지 못하면 제작이 중단될 수밖에 없는데, 작업이 언제 재개될지는 불투명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작이 그렇게 중단되고 3∼4년씩 늦어지게 된다면, 당연히 외부 환경이 기획 당시의 트렌드와는 달라지게 되죠. 트렌드가 바뀌니 당연히 새로운 수요가 예측될 수 없고, 그 결과 흥행이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평소 TV 시리즈가 있고 그에 관여하는 인력들이 계속 가동되다가, 방학을 맞이해서 극장판을 만들자는 식으로 극장판 기획이 시작됩니다. 준비가 다 되어 있는 상태에서 한정된 기간에 일제히 동원되어 작품을 만든다는 말인데, 한국에는 그런 기반이 될 TV 시리즈가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만들자니 준비가 되지 못한 인력을 끌어모을 수밖에 없죠.

마치 임진왜란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군은 내전으로 전쟁을 쭉 해온 병사들을 모아서 왔는데, 한국은 오랫동안 평화 상태였기 때문에 전쟁 준비가 되어 있지 못했다는…(군대자체만 놓고 봤을때 이야기임, 당시 조선이 더 평화로웠고 살만했죠.). 국산 TV판으로 단련된 상비군은 커녕, 일본이나 미국의 하청만 받았을 뿐 자기 작품을 만들어본 적이 없는 여러 부류의 집단이 모이다보니 다시 재교육을 시켜야 하고 캐릭터 통일시키고…. 그러다가 시간이 다 가버리죠. 그러다보면 제작이 중단됩니다.


제가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해 가장 불만을 가진 점이, 너무 예술 작품 위주로만 기획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상업 애니메이션을 해서 사람들이 봐주고 기억에 남아야 애니메이션계로 인력도 들어오고 투자도 들어올 텐데….




선정우:한국에서는 감독의 네임 밸류에 지나치게 집착을 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주의’라고 하면 말은 좋지만, 엄연히 공동 창작인 애니메이션을 감독 등 일부 몇몇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맞춰 감상도, 평론도, 연구도 전부 감독에만 공과를 돌리려고 하는 모습들. 그런 편향된 흐름을 언론이 제대로 보도할 수 있고, 그것이 힘들다면 평론이나 학계에서라도 교정해주어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죠. 물론 일본에서도 매스컴이나 일반 대중이 애니메이션의 현실에 대해 깊이있는 정보는 갖고 있지 못한 편이지만, 한국에서는 심지어 업계에서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입니다.

김현근:그렇습니다. 일본의「애니메쥬」와 같이 현장 정보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매체가 없다보니, 소통 자체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와 관련하여 또 문제점으로 생각할 수 있는부분이… 국내 대학에는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가 많이 있지 않습니까? 일본에서 대학에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가 있는 곳은 몇 군데 없습니다. 그나마
제가 처음 일본에 갔던 2001년 당시에는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가 4년제 대학교 중에서는 하나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년제 전문학교에만 좀 있었죠. 대신 애니메이션 학원들은 유명한 곳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도산해버렸지만 유명한 애니메이션 학원 중에 요요기 애니메이션 학원이 있었는데, 그 당시 제가 입시원서를 넣으러 갔을 때 접수처에서 그러더군요. “애니메이션은 학문이 아니다. 그러니 애니메이션을 가르치는 대학도 당연히 없다.”

그 말은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학원 다닐 때에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학과를 다니다가 중간에 일본으로 유학온 친구가 있었는데,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수업을 들어봤으니 차이점이 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죠. 그 대답이 이렇더군요. “한국에서 듣던 수업에서는 현장에 있는 사람에게 배워본 적이 없었다.” 애니메이션 수업인데 현장에서 일하던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르고, 또 그 친구가 배우던 곳 이외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데 일본 전문학교에 가보니 두 가지가 가장 좋았습니다. 우선 한 가지는 가르치는 선생, 거기서는 ‘교수’라는 명칭 자체를 안 쓰는데요. 가르쳐주는 선생님들이 전부 현장 출신입니다.
내가 『모노노케 히메』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당시 주로 썼던 방식이 이러이러하다, 그 장면에서 내가 이러저러한 기법을 썼다, 원화를 그릴 때는 이런 사항들이 중요하다…. 그런 식으로 매우 실무적으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또 하나 좋은 점은, 상임 교원 외에도 객원으로 주말에 특강 형식의 수업이 있는데요. 한 번은 『기동경찰 패트레이버』에서 메카닉디자인을 했던 이즈부치 유타카씨가 매주 토요일에 와서 강의를 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감독한 『라제폰』을 만들면서 디자인한 것들을 실제로 보면서 강의를 들었죠. 가이낙스(
GAINAX)의 이사도 왔었습니다. 1980년대에 모인 오타쿠 집단에서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성장했다는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줬습니다. 또 린 타로 감독이나 스기이 기사부로 감독같은 대가들의 현장 이야기, 그런 내용입니다.

그런 내용이 애니메이션 제작에 도움이 되지, 실무적인 내용에 학위가 필요하진 않을 것이거든요. 그런 식으로 교육 시스템을 짜놓는다고 한국 애니메이션이 발전할지는 의문입니다.
현장에서 일할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니 당연히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수업도 필요할 것인데, 그런 양질의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제작 편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현장에 있던 사람의 수부터 일본과는 차이가 나겠습니다만….




선정우:일본에서도 최근 4년제 대학에서 만화 및 애니메이션 학과가 다수 생겨나고 있는데, 덕분에 한국에서 기존에 있었던 문제들이 뒤늦게 재연되는 양상입니다. 아직은 한국보다 학과의 수도 적고 생긴지 얼마 안되어 졸업생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얼마 안 있어 일본도 똑같아질 것으로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김현근:제가 보기에는 그 학생들이 졸업하고 바로 현장에 투입되진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고 홍보나 프로듀싱을 하기도 힘들 텐데…. 일본에서 프로듀서는 거의 다 인맥이거든요. 누가 이걸 잘 하고 누가 저걸 맡으면 적격이다, 이런 인적사항을 다 알고 있어야 뭘 만들려고 할 때 사람을 모을 수가 있으니까요. 연구 계통의 일이 아닌 다음에야,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그런 현장 실무 능력이 배양되긴 힘들다고 봅니다. 연구를 한다고 해도 어떤 연구일지에 따라 다르겠고요.

말씀을 듣고 생각이 났는데, 그런 학교들의 목적이 다른 곳에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세계화에 관련된 논의도 잦아지고 있으니, 실제 현장에 투입될 인력보다는 어떤 이론적인 연구나 만화·애니메이션의 ‘문화적 체계화’를 시도하려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선정우:일본에서는 정부의 지원이나 대학의 학과 개설 등에 있어서 한국보다 늦게 시작한 면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한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일본은 전통적으로 해외의 사례를 조사는 하지만 실제로는 업계에서 크게 신경을 쓰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데요. 일본의 현장에 있으면서 한국의 정부 차원의 지원 사례에 대해 어떤 생각
을 가지셨는지요?

김현근:만화든 애니메이션이든 영화든 우선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아니겠습니까? 일단 재미가 있어야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겠죠. 1980년대 반공영화도 아닐 테고, 정부의 지원으로 엔터테인먼트 상품의 인기가 오를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일본에서는 정부의 지원과는 무관하게, 일상 생활 그 자체에 이미 애니메이션이 깊숙히 파고들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이 이만큼 발전한 것이죠. ‘애니메이션 왕국’이란 말도 정작 일본인들보다 외부에서 먼저 붙인 수식어인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최근 일본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 움직임의 배후에는 한류의 충격파랄까, 그런 것도 작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느닷없이 『겨울연가』가 히트하면서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물밀 듯이 수입되었는데, 물론 팬층은 제한적이지만 상당히 열광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니까요. 그런데 일본영화는 자국 내에서 그 정도의 힘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그러면 일본에는 콘텐츠가 없는가?”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결국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귀결된 것이죠. 한국에서도 정부가 지원하고 언론에서 떠드니 일본에서도 그런 분위기에 휩쓸린 것 같습니다.

일본 정부에서는 시끌벅적하지만, 사실 일본 국내에서 산업 현장 일선에서는 그런 소식이 별로 들리지 않습니다. 정부의 지원을 바라고 사업을 펼치는 사람도 별로 없고요. 저는 오히려 그런 모습이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건강성이나 강점이라고 봅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자의 관점은 어떻게 하면 투자를 끌어와서 제작하고 수지를 맞출 것인가, 거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만, 현장에서 직접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프로듀서들은 약간 다릅니다. 어떻게 하면 애니메이션을 재미있게, 잘 만들 것인가? 그런 문제에만 매몰되어 있거든요. 그러니까 작품을 그 자체로 판매하지 않고 투자비만 잘 끌어오는 분위기는 기피하는 편입니다. 일종의 직업적 자존심이랄까요. 지원금을 받는다고 해서 컷당 작화비가 더 올라가는 것도 아니니까요. 물론 일본도 사
람 사는 세상이니 그런 지원금 받으려는 사람이 없진 않겠죠.

하지만 한국에서 외부의 시선으로 일본을 보면서 ‘만화왕국’ ‘애니메이션 홍수’ 그런 말을 하는 것과, 정작 일본 국내의 분위기는 너무 다릅니다. 한국에서도 영화가 많아지고 1천만 관객이 작품을 보고 하니까 어느 샌가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지 않습니까. 일본도 마찬가지로 그냥 애니메이션이 많다고 하니 많은가 보다…는 정도지, 일본 국민들이 무슨 애니메이션 왕국을 만들고 싶어서 만든 것이 아니거든요. 그냥 작품이 재미있으니까 보는 것이지, 정부가 밀어주니까 보는 것은 아닙니다.

선정우:정작 필요한 방송국의 애니메이션 방영 시간 기준 설정이라든지, 업계 인력의 최저임금제 등과 같은 정책은 나오지 않고 있죠.

김현근:자꾸 해외에서의 성과만 거론하는 점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지원을 하는 건에 대해서 “해외에서 투자를 받아와라” “나가서 성과를 일궈라” 이런 식으로 알게 모르게 분위기가 돌아가는 것 같아요. 아니, 자국에서 인기가 없는데 외국에서 어떻게 인기를 끌 수 있겠습니까? 너무 전시성이 강한 처리 방식 같습니다. 자국 시장 활성화를 정책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단순히 ‘수출용 문화상품’으로 포장하여 또 다른 한류 열풍으로 포장하겠다는 것처럼 보입니다.




선정우:사실 제대로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을 평가해본다면, 당연히 중요시되어야 할 『크레용 신쨩』(『짱구는 못말려』)나 『명탐정 코난』, 『꼬마 마루코쨩』(『마루코는 아홉살』)이나 『도라에몽』 등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죠. 이런 작품들에 대한 분석이나 평가가 한국에서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업계나 정부만의 이야기만도 아니고, 학계나 평론계, 심지어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거의 평가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죠. 그런 작품들이 정작 일본에서는 10년 이상 장기 방영되며 일본의 TV 애니메이션 업계를 떠받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렇게 한국 매스컴에서 떠들어대는 ‘경제 효과’를 따져보아도, 미야자키 하야오만이 아니라 그런 소위 ‘유치한’ TV 애니메이션의 시장 규모 및 파급 효과가 결코 작지 않거든요. 생각해보면 오랜 세월 그 TV 시리즈를 만드는 데에 동원된 인력의 누적 집계만 해도 얼마가 되겠으며, 그 사람들의 인건비만 해도 경제 규모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김현근:우스갯소리이긴 합니다만, 한국 애니메이션은 오시이 마모루가 망쳤다는 농담도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너무 작가주의적 관점 하나만으로 접근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그런 일반적인 상업 애니메이션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고, 애들이나 보는 것 같고…. 은연 중에 그런 분위기를 조장했다 이거죠. 정작 오시이 마모루조차도 TV 애니메이션에서 그런 ‘애들이나 보는’ 작품을 거쳤다는 것을 왜 보지 않는지 답답합니다.

선정우:역시나 애니메이션을 공적인 장(場)에서 논의하는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문제인 것 같네요. 단순히 수상 경력이나, 해외에서의 평가, 학문적인 이야기만 나오니까 말이죠. 물론 그런 관점이 불필요하다고 부정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런 관점과 더불어서 제대로 된 산업적 관점도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작품 평가는 작가주의로 하면서 애니메이션 산업 자체에는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하니 문제인 것 같습니다. 즉 지원할 때에는 애니메이션이 미래의 콘텐츠 산업이라며 애니메이션을 산업적 측면에서 바라보면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에는 아동용의 가벼운 내용보다 작가주의의 작품성 있는 작품을 우월한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 그런 시선이 업계에 강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현근:정작 현장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들, 애니메이션 산업을 지탱하는 바탕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선정우:오늘 이 자리를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업계에 진입했는지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김현근: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바로 애니메이션 업계에 들어오는 사람보다는, 주로 애니메이션 전문학교를 거쳐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전문학교 2년동안 들인 학비가 아까울 때도 있습니다만, 사실 전문학교에서 업체와 학생을 잘 연결시켜주는 면도 있거든요. 직업소개 시스템이 꽤 잘 되어 있습니다. 즉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경우에는, 전문 직업 교육과 구인·구직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죠. 한국보다는 그런 점이 더 낫지 않나 봅니다.

애니메이션 회사에서는 바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인력을 원하니, 기본기를 모르는 사람을 새로 교육시켜서 투입하진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학교를 통한 연결과 소개가 많은 것이죠. 요요기 애니메이션 학원의 경우 광고비를 너무 많이 쓰는 등 방만한 경영 탓에 도산했다고 하는데, 직업 소개 측면에서는 상당히 뛰어났다고 하죠. 교사가 일일히 업체에 전화를 걸어 학생을 소개했다고 하더군요. 저도 전문학교를 다니던 중에 아르바이트로 현장 일을 시작했으니, 그런 점에서는 정말 제대로 된 ‘직업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선정우:마지막으로 몇 가지만 간단히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현장 레벨에서는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일본의 기획이나 마케팅을 담당하는 파트에서는 자국 애니메이션이 해외시장에서 판매되는 것에 대해 거의 의식하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실제 미국을 비롯하여 일본 애니메이션의 세계 시장은 크고, 특히 최근 들어서는 그 영향이 영화 등 타 분야에도 퍼지고 있는 형편인데요.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많이 제작되고 있고. (『스피드 레이서』 등)

김현근: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보면 그럴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은 오로지 자국 시장에서의 인기만을 염두에 두고 기획·제작됩니다.

선정우:역시 그렇군요.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말해왔습니다만, 좀처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서 말이죠. 아무튼 오늘 오랜 시간 감사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단순히 연구만 해온 사람의 목소리보다도 역시 현장에서 직접 접해보신 분의 말이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마침 좋은 말씀 많이 들어서 다행입니다.

일본에서는 자국의 애니메이션 업계나 시장에 대해 분석한 책들도 간간히 나오고 있는데, 그런 연구서적이 한국에는 소개 자체가 되지 못하고 있어서 제대로 된 일본 애니메이션의 현실을 보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저 일본은 무조건 애니메이션 대국이고 만화 잡지는 무조건 6백만부씩 팔리는 줄 알고 있으니…. 대중적인 차원에서의 오해보다도, 업계나 연구자들의 인식이 잘못되어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오늘 이 기회를 계기로, 앞으로 한국에서 좀 더 일본 애니메이션계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김현근:저도 간혹 생각해왔습니다만, 업계나 학계, 혹은 평론계랄까요? 추가로 각 기관의 담당부처까지 포함해서, 그 사이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어떤 루트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선 방안이 있을까 생각해본 적도 있었는데, 오늘 이런 기회를 갖게 되어 다행입니다.


김현근 씨가 운영 중인 ’당그니의 일본 표류기’ 블로그
(
http://dangunee.com/)


※ 대담 내용은 「iMage」의 편집방침과는 무관할 수 있습니다.


대담내용이 실린곳:
서울애니센터 웹진 http://ani.seoul.kr/webzine/articleView.jsp?IDX=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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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그니
저패니메이션, 길을 묻다 l 2008.02.1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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