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의 일본표류기


지난 주말 일본에 대대적인 강풍이 몰아쳐서 교통 대혼잡을 빚었다.

관련뉴스 : 日, 강풍으로 북동부 지역 마비

토요일 오후, 도쿄 시내에 약속이 있어서 집을 나왔다.
아닌게 아니라 정말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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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풍으로 편의점 앞에 쓰러진 자전거들. 바람이 세게 불다보니 외출한 사람도 드물었다.

전철역에 도착하고 보니 무슨 싸움이 난 것처럼 사람들이 몰려있었고 가서 보니 싸우는 게 아니라 역무원이 사람들에게 강풍때문에 지상을 달리는 모든 전철이 멈춰선 상태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다행히 바람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지하구간에는 지하철이 다니고 있었다.

5시경 열차운행이 중단된지 1시간째라고 한다.

6시까지 약속장소에 가야했던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어쩐다. 그냥 모임을 포기하고 집에 올까. 그래도 한류를 좋아하고 한국어 공부에 열심인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인데...쉽게 포기하기는 그랬다.

역무원에게 언제 전철운행이 재개되냐고 묻자, 자기들도 현재로선 모르겠다고 죄송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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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전철에서 역무원이 개찰구 앞에 나와 있는 경우는 특별한 일이 있을때만이다. 일반적으로 표는 모두 자동판매기를 통해 판매한다. 아니면 PASMO.Suika 라고 해서 충전식 카드를 이용.

한국 같으면 이런 경우 그냥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 서울 끝에서 끝까지 가는 장거리 노선이 있으니까. 아니면 택시를 타고 가거나
그러나 토쿄는 다르다. 버스라고 해봤자 마을버스처럼 전철이 다니지 않는 구간에만 다니므로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는 거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택시는? 택시비가 강풍처럼 쏟아진다. -_-;;

그런데 역무원 한명이 사람들에게 열심히 설명하면서 무언가를 나눠주고 있었다.
현재 전철이 끊긴 상태라 지금 역에서 가장 가까운 역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거기서 지하철을 타라는 내용을 설명함과 동시에 표를 나눠주고 있었다.

'저기 동대앞(東大前)역으로 가야되는데요'
라고 내가 묻자,  나에게도 두장의 표를 주면서 하나는 OO버스를 타고 지하철이 다니는 OO역까지 가서 이 표를 보여주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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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일 받은 승차권. 두장을 받아서 하나는 버스에 또 하나는 지하철에 썼다.


 일단 표를 받아들고 역 앞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전철이 끊겼으니 사람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 게다가 강풍으로 버스 운행횟수도 줄인 상태. 그나마 겨우 탈 수 있었는데, 도쿄는 또 길이 좁다보니 해당 지하철역까지 가는데 20분이상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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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전철이 끊기니 갑자기 엄청나게 긴 줄이 생겼다.

 버스에서 내릴때 운전기사가 전철역 가는 방향을 설명해줬고, 15분정도 걸어서 지하철이 다니는 역을 겨우 찾았다. 나 뿐만 아니라 수십명이 열을 지어서 갔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는 없었으나...5분정도 걷는다고 했는데 막상 걸어보니 15분, 게다가 다리도 하나 건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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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분 걸어서 겨우 전철이 다니는 곳에 도착

지하철역에 도착하니 여기도 역무원들이 나와서 마이크로 현재 상황을 떠들어 대고 있었다.
나는 남은 표 한장을 내미니까 그냥 통과시켜주었다.

휴....지하철이 다니는 곳까지 1시간이나 걸렸네.
부득이하게 약속장소에는 1시간 늦게 도착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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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버스를 타고 운행중인 지하철역까지 와서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도에이신주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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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주말이라면 이정도로 한산하다. 사진은 남북선. 시내는 한산했다.

서울이었다면 아무 버스라도 타고 갔을텐데, 도쿄에서는 그렇게 버스를 이어서 탔다가는 시간도 몇배로 더 들고 차비도 많이 깨진다. 무엇보다 버스가 골목골목을 돌기 때문에 몇시까지 도착할지 가늠이 안간다.

따라서 전철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도쿄에서는 전철운행이 중지되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고 마는 것이다.

약속시간에 늦기는 했으나 한가지 다행이었던 점은 약속장소까지 버스값, 전철값을 하나도 내지 않고 갔다는 것이다. 내가 원해서 탄 노선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일요일인 다음날에도 여전히 강풍의 영향으로 운행이 중지된 곳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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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안내판 : 직통운전중지 : 한조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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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풍때문에....

정리해보면 이렇다.

1. 전철이 사고나 천재지변으로 멈춰서면 경우에 따라서 대체 가능한 수단으로 유도, 비용을 지불한다. 사고 당일날은 이 표만 보여주면 거리에 상관없이 그냥 통과시켜준다.

2. 전철을 타고 가는 도중에도 전 노선에 걸쳐 어디가 현재 운행중지되었는지를 방송하고 미리 어디어디에서 어떤 선으로 갈아타라는 식으로 안내방송을 한다.
 

참고로 일본전철은 이 외에도 지진, 인명사고 등으로 운행중지는 아니고 늦어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렇게 지연사유가 발생했을때는 '지연증명서'라는 것을 나눠준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요청하지 않아도 개찰구 앞에서 역무원들이 나와서 나눠준다.
따라서 이 지연증명서만 받아가지고 가면 회사나 학교에서 지각처리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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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증명서/ 연장시간과 날짜를 찍어주므로 이것만 제출하면 지각처리가 안됨 (물론 연장시간안에는 도착해야함)



관련글: 일본버스가 거북이처럼 느린 이유는?


* 히라가나 부터 기초문법, 현지회화,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까지,
->당그니의 좌충우돌 일본어  (만화로 배우는 일본어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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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그니
일본! 이것이 다르다! l 2008.02.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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