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의 일본표류기


늘 잠이 부족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몇번이고 뒤척이다

우연히 경춘선을 타고 대성리로 가고 있는 꿈을 꾸었다.
한겨울.
얼어붙은 아가리를 길게 내밀고 있는 강을 기차가 지난다.

기타를 메고 의자 난간에 앉아있던 대학생들이 보인다.
아무렇게나 풀어놓은 짐들이 숙소에서 나뒹굴었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노래를 틀어놓고
캠프파이어를 하고 있던 16년전 그날 밤이 떠오른다.

다시 3년 후 풍경이 떠오르고
백일장이라고 시를 끄적거리던 그때,
태어나서 시라는 것을 쓰기 위해
나무가지 하나 하나에도 관심을 갖고
바람의 소리를 들으려고 했던 그때


꿈속에서 나는 지금은 어떻게 사는 지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지금 그들을 만난다면
그저 아파트 평수나 연수입이나 아이들 영어수업료 따위 이야기를 하겠지만
혹은 직책에 대해서 혹시 있을 지 모를 사업기회에 대해서 머리를 맞댈지 모르지만


그땐 정말...


영화처럼 시린 연애가 하고 싶었고
겨울 강바람이 그리웠고
구름이 세상끝으로 달려가는 하늘이 마냥 좋았다.


그리고 꿈에서 깼다.


몸은 도쿄에 있지만,
나는 비행기삯도 지불하지 않고 여행을 떠난다.
짙은 갈색의 갈대가 우수수
낭만을 강가에 뿌려놓던....

그해 대성리
이제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침묵의 시간.

때때로 나는 깊은 잠에 빠져서
그때 거친숨소리를 내뿜으며 공기를 가르던
경춘선 그 열차속으로 빠져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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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그니
당그니 이바구 l 2008.02.26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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