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살면 일본인 친구가 쉽게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막상 살아 보면 일본인들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 아니면 의외로 일본인들과 섞여서 살면서도 일본인친구를 사귀기 쉽지 않다.
정해진 학교를 다닌다거나,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그나마 낫다.
남편을 따라서 일본에 온 주부가 일본인 친구를 사귀기는 매우 어렵다.
내 와이프 경험을 돌이켜봐도 그렇다.
만약 일본에 오기 전에 일본어를 어느 정도 했다면 모를까, 그냥 남편 따라 오게 된다면 일본어 공부를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고, 일본에 와서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저절로 일본인친구를 사귀는 기회와는 멀어진다.
며칠전 내가 운영하는 일본어 카페에서 '한일교류회에 다녀와서'란 글이 올라왔다. 일본에서 일본인친구를 사귀러 모임에 다녀온 내용이었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단지 회화를 목적으로 만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하면서, 본인이 사는 동네에서 자연스럽게 만남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글을 맺었다.
그 글을 읽고 나니,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평범한 주부가 일본인 친구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 글을 써보기로 했다.
이건 와이프 경험이기도 한데, 각자 자기가 사는 곳에서 응용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아이가 없을 때
아이가 없을 때는 외출이 자유로우므로 되도록 밖으로 나가야 한다.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장을 볼테니, 커다란 슈퍼보다 동네 구멍가게에 가서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가게 주인과 친해지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특히 가게 문 닫을 시간을 앞두고 여러가지 가격협상이 가능하므로 이때를 노려서 여러가지 회화를 해본다.
회화도 어려운 것을 외우고 가지 않아도 된다.
단순히 얼마에요? 그리고 각 품목별 단어만 알고 가도 대충 이야기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물건에 가격에 써있고 분위기 보면 얼추 감을 잡을 수 있기 때문.
와이프는 구멍가게에 가서 싼 고등어, 반액할인하는 야채 등을 자주 사오곤 했다.
| 이런 가게는 가격 협상도 가능하다. |
| 소박한 구멍가게 ㅎ |
구청에서 하는 자원봉사 일본어 교실을 다닌다.
일본에는 '보란티어'라고 해서 '자원봉사'로 일본어를 가르쳐주는 곳이 있다.
주1회가 단점이긴 하지만 나가보면 다른나라 사람들도 만날 수 있어 답답한 일본생활에 숨통이 트일 수도 있다.
단점이라면 토요일 주1회라서, 공부의 연속성이 보장 안된다는 것과 일본어학교처럼 정규수업이 아니므로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
| 하다못해 구청 도서관이라도 가본다 |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것도 저것도 흥미가 없다면, 직접 몸으로 부딪쳐보자.
아내는 근처 쇼핑몰 세이유에서 오전타임 7시부터 11시까지 4시간 동안 창고에서 물건을 꺼내는 아르바이트를 일본 온지 몇개월만에 시작했다.
일본말은 별로 못했지만, 카운터 보는 일이 아니라서 별 문제는 없었다.
몸은 고됬지만 일을 하면서 간단한 인사말이나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조금 하게 되었다.
역시 물건 정리하는 것이 주 업무라 회화를 많이 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 일본어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다고 보긴 힘들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하면 일본생활에 자신감이 붙고 일본사람들을 만나는데 두려움이 없어진다.
| 아내가 아르바이트 했던 세이유. 여긴 치바인데, 처음 했던 곳은 하나코가네이로 도쿄 서쪽 |
아이가 생긴 후
아이가 생긴 다음에는 마음껏 밖으로 나가지 못하므로, 공부에 난관이 생기게 된다.
이럴 때는 '남편'이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된다.
나의 경우, 친한 일본인 친구 '사코다상' 집 근처로 일부러 이사를 했다.
그리고 주말마다 집으로 불러서 언어교환학습을 했는데,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따라서 아내는 사코다상부인과 함께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사코다상 부인은 한국어를 못했기 때문에 아내의 일본어 선생으로서는 제격이었다.
사코다상부인도 단순히 일본어를 가르쳐주기 보다는 아직 아이가 없었기 때문에 육아에 대한 사전지식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에게 유용한 시간이었다.
이것으로 아내는 무엇보다 일본인과 대화하는 데 갖는 두려움을 없애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동네 헬스 클럽을 가자
일본어 수업이 꼭 일본어학교일 필요는 없다.
아내가 정식 일본어 학교를 다닌 것은 3개월.
출산 후 다이어트차 동네 헬스클럽(일본에서는 휘트니스 센터라고 한다)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운동을 끝낸 후 목욕탕에 가면서 동네 아줌마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었다. 물론 사코다상 부인과 몇개월 이야기 한 뒤 자신감이 붙은 것이 원인이겠지만 아무튼 헬스클럽을 통해 만난 아줌마들과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하면서 실력을 많이 배가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 휘트니스 센터 |
애가 크면 애들을 통해서
딸이 크면서 일본 보육원, 유치원을 다니게 되었는데, 그 때마다 엄마들끼리 교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엄마들끼리 교류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집을 오가게 마련.
이때부터는 프리토킹의 연속이다.
물론 일본 엄마들과 친해지려면 어느 정도 회화실력이 뒷받침되어야 겠지만, 아무튼 일본 엄마들과 자주 만나는 것이 자기 실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 아이들을 수영교실 같은 곳에 보내면 거기서 또 같은 유치원, 혹은 보육원 엄마들과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
신주쿠로 이사 와서
최근에 치바에서 신주쿠로 이사온 뒤 딸을 한국학교로 보내면서 아내가 주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사람들이다. 이 동네가 워낙 한국사람도 많은데 아이가 다니는 학교도 '한국학교'다 보니 일본인 엄마를 만나기가 힘들어졌다.
게다가 유치원때 사귀었던 일본인 엄마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어느새 일상적으로 만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또다른 우군이 있었다. 딸아이에게 피아노를 개인교습해주는 일본인 선생님이 있는데, 이곳 신주쿠로 이사를 온 다음에도 가르쳐주시러 오게 되었다.
이 일본인 피아노 선생님의 특징은 딸아이에게 30분 피아노를 가르쳐주고 나서 아내와 한시간 정도 수다를 떨다가 집에 간다는 것. 아마도 한국사람과 이야기 하는 것이 상당한 스트레스 해소가 되는 모양이다. 아내 또한 매주 한번은 1시간 이상 일본어 회화로 마음껏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즐거워 한다.
한국어 교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해보자
혹시 동네에 일본인을 위한 한국어교실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국어 프리토킹을 원하는 사람이 있는지, 혹은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자. 물로 그 사람과 친해지는 것이 기본 전제다. 치바에 살 때도 한국어 교실에서 일본 아주머니를 가르치는 한국인 주부가 아내와 절친한 친구이기도 했다.
일본에 오면 저절로 일본어가 는다는 것은 오산
일본에 온다고, 일본사람이 많고, 티브이를 켜면 바로 일본 뉴스가 나오기 때문에 바로 일본어가 일취월장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특히 어느 정도 들리더라도 말하기가 안되면 언어 공부는 말짱 도루묵이다.
주부의 경우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있어서 다른 사람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지만, 그래도 되도록 밖에서 사람들 만나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볼 필요가 있다.
동네 구멍 가게 아줌마와 친해진다거나, 헬스클럽 아줌마들과 친해진다거나...
아이가 있기 때문에 안된다는 생각은 금물.
아이가 있기 때문에 아이를 통해서 교제를 늘릴 수도 있다.
물론 기초가 안되어 있는데 어떻게 시작하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수록 용기를 내서 적극적으로 무언가 부딪쳐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초를 만들기 위해서 3개월, 6개월은 투자할 용기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용기'가 있다면 세상은 저절로 손을 내밀어 줄 것이다.
남편 또한 아내가 일본어 공부에 의욕을 보인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주자.
그것이 일상생활에서 남편이 나서지 않고도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지름길이다^^;;
* 나중에 시간되면 이 과정을 만화로 그리고 싶은데 아직 여유가 없네요 ㅜ.ㅜ 그러나 꼭 만화로 그릴 겁니다 ㅎ
->당그니의 좌충우돌 일본어
'당그니 일본어 교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일본에서 한국인주부가 일본어 배우는 방법 (6) | 2009/05/02 |
|---|---|
| 아소 총리가 틀리게 읽은 한자 리스트 (6) | 2009/01/20 |
| 일상회화의 중요성 - 물 흐르듯 그렇게 (6) | 2008/11/12 |
| 일본어를 하는 게 좋을까, 영어를 하는 게 좋을까 (10) | 2008/09/1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