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 별로 실감을 못한다.
외삼촌의 딸, 나로 치자면 사촌 동생이었던 '진아'가 백혈병으로 병원에서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었을 때, 외숙모가 차마 쳐다보지 못해 눈물을 닦았을 때도 죽음을 실감하지 못했다. 지금도 난 '진아'가 죽었다는 실감을 못한다. 그냥 만날 수 없다는 거.
초등학교때 같은 방을 썼던 외할머니도 그 몇년 후 돌아가셨지만 난 할머니가 먼 여행을 떠났을 뿐이고, 서로 바빠서 만날 수 없는 정도라고만 생각하고 있다.
뭐랄까. 이런 증상은 내가 일본으로 건너온 뒤, 한국에서 생겼던 인연들이 하나둘씩 연락처도 알 수 없게 되면서 더 심해졌다. 그냥 다 잘 살고 있겠지...그래서 가끔 한국 들어가서 '누가 뭐 어쨌다더라'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별다른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고 좀처럼 실감할 수 없었다. 어차피 산다는 게 다 자기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제 관심사 아니면 제대로 머리통 속으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그저 흘러지나가는 이야기로 그냥 그랬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마는 것을.
나이 먹으면 참 안 좋은 게, 체념을 먼저 배운다.
송두율 교수는 '냉소는 실패한 계몽'이라고 했는데, 몇번 상처를 받고 나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쉽게 체념을 하고 자기 방어막을 치게 된다. 그리고 '원래 다 그런 거'라고 하면 편해지는 것이다.
지난주 일요일, 신주쿠 쇼쿠안 도오리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았을 때, 그 자리를 마련한 김연주씨는 이렇게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내게 말을 전했다. 나는 그저 그때 그 상황을 기록할 뿐이었지만, 그곳 분향소를 준비한 그녀들에게는 어떤 절박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사람의 얼굴을 보면 안다. 그 사람이 진짜 아파하고 있는지, 힘든 지, 고통스러운 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지, 속을 끓고 있는 지. 얼굴은 거짓말을 못한다. 그 자리에 있는 내가 오히려 미안할 지경이었다. 돌아와서 그저 담담하게 분향소 풍경과 몇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기사의 요건을 갖춰서 글을 썼다.
내가 할 일은 이쯤에서 대충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틀이 흘렀다. 인터넷에서는 여전히 노무현이 넘쳐난다. 내가 주로 구독하는 블로그에서 노무현은 죽지 않고 살아 있다. 그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새롭게 생산되고 있었다. 그를 꿈에서 인터뷰를 했다는 둥, 처음 그를 만났던 때를 기억한다는 둥. 그에 대한 기억, 그에 대한 미련 등등.
난 아직도 그의 죽음을 실감할 수 없다. 어차피 그가 살아있었을 때도 그닥 실감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돌이켜보면,그와 나의 끈이란는 것이 그가 2002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국제전화를 걸어서 투표해준 아버지와 형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것 뿐이었고, 그가 탄핵을 당했을 때도 나는 그저 멍하게 포탈 사이트에 뜨는 몇줄짜리 기사로, 메신저로 한국에 있는 지인들을 통해 한국 상황을 들을 뿐이었다. 그는 늘 바다 건너 간간히 들려오는 한국 대통령이었을 뿐, 내가 일상적으로 티브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정치인은 아니었다. 그래도 난 한 때 그에게 열광했고, 그의 퇴임 때까지 마음속으로 그를 지지했다.
그가 퇴임하고 나서 간간히 봉하마을 소식을 들려왔을 때 왠지 모르게 마음 한켠이 편해지곤 했다. 그런 그가 이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그의 부재는 며칠째 나를 멍하게 붙들어 놓고 있다. 난 아직도 왜 그가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이성적으로 이해는 하려고 하고 있지만, 정서적으로 납득이 안간다. 그런데, 오늘 정신차려보니 내가 여전히 그의 부재에 마음을 추스리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러고 보니, 분향소에서 다들 맘놓고 울었는데, 난 울지도 못했다. 난 그때도 전혀 실감을 못하고 있었던 거다. 영정속의 그의 얼굴을 맞대고도.
그리고 문득 언젠가, 술먹고 기타 치는 대통령을 동영상으로 보았을 때 울었던 기억의 있음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어차피 노무현 대통령이 앞으로 30년을 더 살았더라도 그와 내가 직접 만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런 나의 상태는 뭘 의미하는 걸까.
그래서 새롭게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그는 그 나름대로 먼 여행을 떠났다고. 내가 살면서 만났던 모든 이들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하더라도 우린 서로 만나지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듯이, 각자가 자기 나름의 여행을 하고 있는 거라고.
그래서, 나도 내 나름의 여행을 하면 되는 거라고.
이렇게, 오늘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가슴에 영원히 묻기로 했다.
그리고, 이 글이 노무현 대통령을 보내는 마지막 글이 될 것이다.
그의 여행에는 한적한 구름이 흐르고, 냇물 소리도 들리고, 그리고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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