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하면 떠오르는 보통 이미지는 무엇일까.
'루스 베네딕트'가 63년전에 내놓은 저서 '국화와 칼'? 아니면 이어령 교수가 80년대 초반에 내놓은 '축소 지향의 일본인'?
일본인만큼 해외에서 바라보는 일본론에 관심을 갖는 경우도 드물다고 자신들 스스로 평가하기도 하지만, 한국인이 일본을 바라볼 때 딱히 이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론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인에게 일본은 '전범 국가', '아시아 유일의 선진국', '백제인들의 후예가 세운 나라' '애니메이션 오타쿠의 천지' 등 사람마다 다른 기준을 들이대며 통일된 기준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시선을 서양쪽으로 옮겨보면 더 복잡해진다.
일본은 19세기 말 동양 곳곳이 서구의 식민지로 전락할 때 서둘러 서양에 진출, 중국과 함께 동양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잡았다. 일본을 바라보는 서양인들의 시선은 몇차례 변화를 거듭해왔는데 19세기 말부터 소개한 '무사도', '기모노', '하이쿠' 등 일본을 대표하는 고전적 이미지에서 6-70년대 비약적인 경제성장으로 인한 '이코노믹 애니멀'을 거쳐, 최근에 '망가' '애니메이션' '게임' 등 문화산업의 첨단기지로 변모해왔다.
어쨌거나 일본이 선진국으로 진입한 후 서양인들에게 일본이란 '서양에서 볼 수 없는 문화적 기호로 가득한 나라(롤랑바르트, 기호의 제국)'이자, '벚꽃나무 아래서 주군을 위해 끝까지 피를 뿌릴 결심을 하는 기사들(라스트 사무라이)의 나라'이기도 하고 '21세기 디스토피아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매니아들의 천국(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이다. 유럽쪽에서 보면 일본은 동북아시아 끝에 있는 부자나라이고, 미국에서 보면 '도요타','소니' 등 일상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튼튼하고 세련된 상품을 만드는 나라다.
이런 까닭에 서양인들에게 일본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문명의 한 흐름이 아니라 별도의 '일본문명'이라는 틀로 해석되기에 이르렀다. (사뮤엘 헌팅턴, 문명의 충돌)
이렇게 대부분의 서양인, 서양학자들이 일본에 대한 환상과 호감을 갖는 가운데, 일본이 이룩한 경제적 풍요가 실은 '공허'할 뿐이며, 일본을 '미국의 속국'이라고 거침없이 주장하는 학자가 나타났다. '개번 맥코맥' 호주국립대학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허울뿐인 풍요>라는 책으로 한국에서도 '토건국가론' 등 화제를 불러일으킨 그는 일본에 대해 서양인들이 쉽게 빠지기 쉬운 탐미나 기호, 호기심, 타자의 관점을 거부한다.
이어령 교수가 같은 동양인으로서 서양인의 눈에 보이지 않은 한국과 일본의 작은 차이점에 주목해서 새로운 일본론을 끄집어 냈다면, 개번 교수는 일본에 오래 머무르면서 일본인들이 서구에게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 부분을 정확하게 포착, 철저하게 내재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평가를 내린다. 그래서 그의 저작은 일본에 대해 환상을 가졌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일깨움을 제시해준다.
그는 또 단순히 일본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과 미국간에 얽힌 구조적 본질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그의 글을 보면 일본의 과거청산, 헌법 개정, 재무장 등의 문제가 단순히 일본 우익들만의 작품이 아니라 미국의 의도속에서 체계적으로 완성되어가는 설계도의 한페이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내용이 담긴 <종숙국가 일본> 을 작년 8월에 출간한 개번 매코맥 교수는 작년부터 경향신문에 칼럼을 한달에 한번 꼴로 연재하고 있다.
그런 그가 얼마전 도쿄에 강의차 한달간 머무른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 5월말 이치가야의 한 호텔에서 만나 일본에 대한 생각, 한일간의 차이 등을 물었다.
그는 일본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어서 인터뷰는 줄곧 일본어로 진행되었다.
■ 파란눈의 日전문가 "美속국? 韓日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