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의 일본표류기



교토에 미미즈카라는 귀무덤이 있다. 耳塚, 한국어로 읽으면 '이총'이 된다. 

내가 처음 일본에 가서 살았던 곳이 교토인데, 6개월 살 동안 어학연수생 시절이라 그런지 금각사 등 다른 유적은 가보았어도 미미즈카는 못가보았다. 2000년 당시는 진학이나 진로 등 여러가지로 고민거리가 많았을 때였다. 도쿄로 온 뒤, 교토로 다시 갈 기회가 좀처럼 없는 탓에 그때 미미즈카를 가 보았어야 했다고 생각한 일이 최근에 있었다.



이 귀무덤은 수많은 조선 사람들의 코가 묻혀있는 곳이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일으킨 임진왜란, 정유재란 때 당시 조선인의 코를 베어다가 전리품으로 히데요시에 바쳤다.

교토에서 미미즈카는 가보지 못했지만, 큰 서점에 갔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일본이 임진왜란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였다.

조금 살펴본 결과, 임진왜란을 일본에서는 분로쿠,게이초의 역이라고 부르는데 이 역(役)이라는 단어가 그냥 전쟁을 의미할 뿐 특별히 침략이라는 어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히데요시가 조선에 출병했다가 이순신의 거북선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만 나와 있었다.

그 때 살펴본 일본 역사책에는 히데요시가 왜 조선을 침략했는지, 조선 사람이 얼마나 희생당했는지에 대한 서술은 없었다.

나중에 오다 노부나가에 관한 책을 살펴보다가, 오다 노부나가도 일본을 통일한 다음 새로운 아시아제국을 건설하려는 야망이 있었다는 내용을 알게 되었다. 임진왜란은 히데요시의 광기에 의해 시작된 것이기도 하지만, 오다 노부나가의 적자인 히데요시가 그의 야망을 자기의 손으로 이룩하려고 했는 지도 모른다.

어쩄거나 일본사람들이 임진왜란에 대해서 제대로 배우는 것도 아니고, 관심 있는 사람들은 임진왜란 후 일본 정세 즉, 권력이 히데요시가에서 어떻게 도쿠가와쪽으로 넘어갔는지나 임진왜란시 일본군의 병력, 무기 등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한국에서는 85년에 MBC에서 임진왜란이라는 제목의 사극을 한 적이 있고, 역사스페셜에서 일본에 납치된 유학자 '강항'과 '항왜 김충선'을 다루는 등 임진왜란의 여러가지 측면을 꾸준히 다룬 적이 있지만, 일본에서는 오히려 그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재미있게 본 것은 시바 료타로가 쓴 '세키가하라 전투'다. 이 책을 보면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충성스런 부하라 할 수 있는 가토 기요마사, 후쿠시마 마사노리 등 임진왜란시 조선에서 싸웠던 무장들과 일본에서 행정적인 부분을 총괄하고 있던 이시다 미쓰나리와의 갈등을 어떻게 이에야스가 잘 요리했는지 나온다. 즉 임진왜란 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어떻게 권력을 장악해가는지, 임진왜란이 어떻게 그런 갈등의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는지 알 수 있었다.그러나 이것도 어디까지나 일본의 입장에서 본 임진왜란이다.

그런데 최근에 임진왜란에 침략전쟁임을 명확히 하고 교토에 있는 미미즈카(귀무덤)이 임진왜란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또 일본 입장 뿐 아니라 한국에서 본 임진왜란은 어떤 것인지 철저하게 밝히고 기록한 영화를 만든 분이 있다.

마에다 켄지 감독이 그 주인공인데, 올해 5월 4년간의 작업 끝에 '월하의 침략자, 분로쿠,게이초의 역과 귀무덤'(月下の侵略者、文禄慶長の役と耳塚)을 완성했다.

지난 금요일 도쿄 신바시 야쿠르트홀에서는 마에다 감독의 이 장편 기록 영화가 상영되어서 직접 보러 갔다.


(月下의 침략자, 포스터 / 신바시 야쿠르트 홀)

이 영화는 히데요시가 태어난 곳부터 침략의 전진기지였던 나고야名護屋(규슈지역으로 지금 나고야가 아님 - 名古屋), 그리고 부산, 서울, 평양(평양성 전투), 묘향산(사명대사), 남원(강항,도공), 진주(논개), 진도(강강수월래), 베이징(자금성) 등 임진왜란과 관련된 모든 지역을 답사 현지 취재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마에다 감독을 인터뷰하고 나니, 그가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원래 전통에 관심이 많아 일본의 마츠리(축제)를 전문적으로 찍는 영화감독이었는데, 일본에서 마츠리를 찍으려면 필연적으로 많은 신사를 돌아다녀야된다. 신사는 각 지역의 마츠리의 거점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 그런데 이렇게 신사를 찾아다니다보니 신라,백제,고구려 신사를 많이 접하게 되면서 왜 한반도의 신사가 이렇게 많은 것일까. 대체 일본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즉, 일본의 과거를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한반도의 과거가 계속 나왔던 것이다. 그것을 계기로 그는 본격적으로 일본과 한반도와의 관계를 공부하는 한편, 영상작업을 해나가게 되었다.

마에다 감독에 대한 자세한 인터뷰과 영화에 관련된 더 많은 내용은 아래로...

누가 조선의 코를 베어갔나 [인터뷰] 장편 '임진왜란 기록영화' 만든 마에다 감독

어쨌거나 일본 역사를 거슬러올라가다 보니 그가 다다른 수원(水源)이 한반도의 삼국이라는 사실이 인터뷰 도중 새로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겸손함이었다.
"일본이 한국과 친해지려면 안좋은 과거도 알려야 된다고, 자기는 그저 커다란 호수에 그저 작은 돌멩이를 하다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임진왜란의 그 수많은 이야기들을 어찌 2시간 48분에 모두 담을 수 있겠냐"고 하는 말씀이 인터뷰가 끝나고 돌아오는 전철에서 내내 귀속을 맴돌았다.


야쿠르트 홀 / 8월 27일, 28일 양일간 상영되었다.


■ [인터뷰] 장편 '임진왜란 기록영화' 만든 마에다 감독


* 히라가나 부터 기초문법, 현지회화까지

->당그니의 좌충우돌 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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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그니
일본! 이것이 다르다! l 2009.09.0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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