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의 일본표류기



1.
지난주 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잭이 간다는 것이었다.
(동생은 한국에서 오프라인 영어 카페 사업을 하고 있다)

잭은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하고 있지만, 그는 원래 미국 시애틀에서 부동산업을 하고 있던 친구였다. 

동생은 내 영어공부에 도움이 될거라며 보냈고, 그는 일본에 오기전에 내게 전화를 걸었다. (물론 그 전에 e메일은 두차례 주고 받았다) 나는 그의 전화에서 그가 무엇을 말하는 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나리타 공항에서 내려서 신주쿠에 오게 되면 거기서 우리집이 몇정거장이냐는 것과 그 역 스펠링이 어떻게 되냐는 것이었다. 몇번 같은 이야기를 주고 받은 후에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어느정도 정확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2.
잭이 오던 날
나는 일부러 역까지 마중을 나가서 그를 만났다.
동생이 미리 그의 사진을 메일로 보내줘서 얼굴을 기억했기 때문에 굳이 역에서 전화 통화를 하지 않고도 그 인줄 알아보았다.

미국인 잭과 첫 만남
그는 시애틀 출신이었고(시애틀이라고 하면 이치로가 활동하는 시애틀 매리너즈가 우선적으로 떠오른다...이상 잭의 말) 한국에서 6개월간 영어를 가르치다가 휴가차 일본에 왔다. 처음 만났을 때 좀 어색하긴 했지만, 그는 지금껏 내가 만난 어떤 영어권 사람보다 이야기가 잘 통했다.

그 이유는 몇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는 내가 세명의 외국인(필리핀, 독일, 영국)을 만나면서, 단지 며칠씩이었으나 주요 표현들은 실제로 써보면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름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갖게 된 자신감때문이겠다. 즉 생각하지 말고 그냥 그 표현을 쓰면 통하는다는 서바이벌 감각?

아무튼 그는 지난 토요일부터 우리집에 머무는 중이다. 일요일 저녁부터 오늘 저녁까지 나고야,쿄토에 다녀왔지만, 오늘도 돌아와서 4시간 정도 이야기를 했다.

복잡하고 깊숙한 이야기는 그리 깊게 당근 못했지만,
그가 왜 한국에 왔는지, 얼마나 거기에 있었는지
왜 미국에서 여친과 헤어졌는지.
그리고 한국에 가서 왜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지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잭이랑 롯폰기힐즈에서 본 도쿄타워

3.
일본에 살면서 느끼는 거지만
일본인들과 이야기해보면 사실 일본어로 대화해도 별거는 없다.

너 밥 묵었냐
이거 재밌냐
그거 해봤냐
왜 그런 걸 하냐
너의 꿈은 뭐냐
어떻게 살고 싶냐

등등 한국에서 술먹을 때 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일본 전철을 타면 느끼던 것인데 서양인들이 영어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 것도 크게 이것과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나는 잭과 지난 일요일 도쿄 시내를 같이 다니면서 가이드를 했는지 하루종일 했던 이야기가 다음과 같은 거였다.

'너 다음에 내려야돼'
'다음 목적지는 여기야'
'너 목말라?'
'우리 맥주 한자 할까'
'야, 딸이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한다'
'근데 나도 화장실 가고 싶다, 기다려라'

등등이었고, 잭은 나에게

'너 화장실 갈 동안, 니 딸을 내가 봐줄까'
'와 이 사케 진짜 맛있네'

였다.

그는 한국에서 220볼트 전원 어댑터를 가지고 왔는데, 일본은 110볼트여서 그것을 바꾸는 것이 없냐고 해서 때마침 아키하바라를 방문한 덕에 쉽게 그것을 살 수 있었다.

4.
결국 어느나라 사람을 만나는 주로 하는 이야기는 사실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다.

'언제 밥 묵었냐'
'그 친구랑 무슨 이야기했냐'
'여긴 처음이냐''
'이 음식은 처음 먹어봤냐'
'넌 ....이렇게 해야한다'

등 살면서 필요한 간단한 이야기, 그 자신이 어떻게 생활할 것인가 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내가 와이프랑 하는 이야기와 거의 비슷하다.

'이거 비싸다. 저긴 싸다'

등등....


무엇보다, 이번 잭의 방문의 가장 큰 성과는 내가 불편하긴 해도 그랑 4시간 동안 아는 듯 모르는 듯 회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거고, 더욱 분명한 것은 그가 한국에 돌아가면 더 이상 영어공부를 안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엄포를 놓았다.

'너, 다음에 오면 내가 너의 한국어 실력을 테스트할 테다'

그는 이미 내게 약속했다. 돌아가면 반드시 한국어 공부를 하겠다고. 그렇다면 우리의 의사소통은 보다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결국 언어란 일상의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도구가 아니던가!


* 아무튼 정해진 폼을 몇십번 반복해서 이야기하면서 긴 시간 대화를 이어가는 것을 즐겁다. 이건 내가 처음 교토에 와서 일본 대학생과 어렵지만 일본어로 대화를 이어가던 경험과 비슷하기도 하다.(그렇다고 내가 다 아는 것은 아님, 모른 것은 물어보기도 하고...아는 척 하기도 하고;;;;;;;;나머지는 통밥으로 -_-;;)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당그니
당그니 이바구 l 2009.09.23 02:29

블로그 이미지 당그니의 일본이야기by 당그니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457)
알림 및 공지 (19)
인터뷰 및 기사 (12)
만화 일본표류기 (45)
일본! 이것이 다르다! (153)
일본생활 이모저모 (160)
랭킹으로 보는 일본 (28)
일본은 최근 이슈는? (291)
Photo Japan (61)
저패니메이션, 길을 묻다 (34)
블로그속 블로그이야기 (57)
만물상 (47)
당그니 이바구 (249)
인생의 갈림길에서 (141)
당그니 일본어 교실 (87)
당그니 갤러리 (56)
공감가는 이야기 (14)
고물상 (0)

달력

«   2017/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