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의 일본표류기



최근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치하시 용의자가 결국 어제 오사카 난코 항에서 배를 기다리다가 체포되었습니다.


이치하시가 누구냐면, 2007년 3월 하순 지금은 망한 NOVA의 영어강사를 하고 있던 린제이 앤 호커(당시 22세)씨에게 개인교습을 해달라고 졸라서, 집으로 데려간 뒤 살해하고 도주한 인물입니다. 아직 이치하시가 왜 린제이씨를 살해했는지, 그리고 왜 린제이 씨가 이치하시 용의자의 집까지 따라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 린제이 앤 호커 씨

이 사건은  영국인 여성을 살해해서 영국과 일본간 국제문제로 떠올랐을 뿐 아니라, 범행 초기에 수사관이 자택에 방문했을 때 수사관을 뿌리치고 맨발로 도주해서 자취를 감췄기 때문에 경찰의 초동수사를 질타하는 소리가 높았습니다. 아울러 2년 동안 체포되지 않자, 현상금도 100만엔에서 최고액인 천만엔까지 올라갔습니다. 

이치하시 용의자는 사진만 보면 험악한 인상의 범죄형 같지만, 주변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용한 성격에 성실한 친구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편 키 180센치에 대학에서 가라데를 배웠으며 달리기가 빨랐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경찰을 뿌리치고 도망에 성공했고 그 이후 2년 6개월간 그는 어디로 갔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게 일본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좀 범죄를 저지르기에는 조금 색다른 경력의 소유자인데, 부모가 두 사람다 의사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그래서 대학을 다닌 후 특별한 직업이 없어도 부모님이 부쳐주는 돈으로 생활을 해왔습니다. 즉 니트족이었던 것이죠. 그리고 그는 캐리커쳐 등 그림에 재능이 있었습니다. 이 재능을 그는 십분 살려서 린제이씨를 꼬시는 데 성공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 개인교습을 거부하는 린제이씨에게 그림을 그려서 환심을 산 뒤 개인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사건에 주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 사건이 일어난 곳 근처에 2007년말부터 올해초까지 살았기 때문입니다. 즉 범인이 도주한 교토쿠(行徳) 역 근처는 아내와 함께 자주 걸어간 곳으로 그 앞의 포장마차에서 터키인이 하는 케밥을 사먹기도 하고, 역 앞에 있는 세이유에 장을 보러 가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외국인 등록증을 만드는 등 주민서류를 떼기 위해서는 교토쿠 역 근처 구약쇼(구청)를 가야만 했기 때문에 자주 다녔던 곳입니다.

그때 역 앞에 붙어있는 그의 현상수배 포스터를 보고 아직도 사건이 미해결이구나 생각했는데, 그때부터도 어언 2년이 흐른 것입니다.



- 교토쿠 역 앞 '교토구 도서관' / 책을 빌리러 자주 갔던 곳이다.


그러던 중, 이번달 4일 이치하시 용의자에 대한 유력한 정보가 보도됩니다. 그가 성형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쉽게 알아볼 수 없는 전혀 다른 얼굴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알려집니다.

치바현 교토쿠 경찰은 이치하시 용의자의 성형수술을 한 병원으로부터 사진을 제공받은 뒤 성형 후 얼굴을 지난 5일 전격 공개하게 됩니다. 이렇게 바뀐 얼굴을 공개하자 사건은 급물살을 탑니다. 그가 지난해 오사카의 한 건설회사에서 작년 8월부터 올해 10월 초순까지 무려 1년 2개월을 딸린 기숙사에서 먹고 자면서 일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성형 전과 성형 후

이치하시가 성형수술하고 건설회사에서 일한 것은 일본인들에게 두가지 충격을 안겨주게 됩니다. 첫번째는 특별한 신분증명이 없어도 돈만 있으면 얼굴을 바꿀 수 있다는 것. 두번째는 원래 니트족으로 일을 한 적이 없는 그가 육체노동을 하면서 100만엔 가까이 돈을 모았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인간이 정말 어려움이 닥치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 1년만에 건설현장에서 100만엔 모은 그가 대단하지 않냐"며 게시판에서 노는 다른 니트들은 좀 보고 배워라는 말까지 적혀 있을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그런 그의 행적은 결국 어제 밤 오사카의 난코항 터미널에서 그의 인상착의를 알아본 페리 매표소 직원의 제보를 종지부로 찍습니다.

그는 제보를 받고 달려온 경찰에게 크게 반항하는 기색도 없이, 목소리도 들릴듯 말들 하면서 연행에 순순히 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일본 보도진이 몰린 가운데 신칸센에 올라 수사본부가 설치되어 있는 치바현 이치가와시 교토쿠 경찰서로 이송되었습니다.

오늘 아침이면, 그의 그동안의 행적이 소상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그는 도피생활 중에 특별히 누구를 해치거나 절도 등을 해서 도피자금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성실하고 꼼꼼한 성격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남은 문제는 "왜 린제이 씨를 살해했는가"와 "건설회사에서 일하기 전, 즉 도피후 1년간 어디서 처음 성형수술을 했으며 그 자금은 어디서 조달했는지"가 밝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치하시의 부모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절대로 아들의 도피자금은 지원하지 않았다"며 결백을 호소했으므로, 현재로서는 이치하시가 스스로 돈을 벌거나 어떤 식으로 마련해서 성형수술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사건이 일본에서 일어났네요.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이런 페이스 오프 사건이 일본에서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미, 후쿠다 카즈코 라는 여자가 성형을 한 뒤 15년 가까이 도주생활을 하다가 공소시효 완료 21일전에 체포된 일이 있었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이 여자의 경우는 성형을 해서 더 예뻐졌고, 한 남자와 동거까지 했다는 것이지요. (이 이야기의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가면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http://kr.blog.yahoo.com/wsshimtw/1064)



- 또 하나의 강적 / 후쿠다 카즈코! 성형으로 미인이 됨 -_-;;


아무튼 이치하시 용의자가 체포되어 린제이 아버지의 한이 조금이나마 풀어지는 거 같아 다행입니다.



사건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 및 그 외 일본 관련글은 아래로!!!

일본판 페이스 오프 범인 체포로 막내려


일본판 페이스오프 용의자 얼굴 어디를 바꿨나, 수술비용은 얼마?

한일커플, 어떻게 만나 결혼했을까?

日 '스타벅스VS 맥도날드' 커피 전쟁! 누가 이길까


* 히라가나 부터 기초문법, 현지회화까지

->당그니의 좌충우돌 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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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그니
일본은 최근 이슈는?/사회 l 2009.11.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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