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의 일본표류기



일본이 다시 디플레이션에 빠졌다.

디플레이션이라는 거 갑자기 오는 건 아니다.
그냥 생활속에서 천천히 싼 물건이 생기더니. 그것이 인기가 많아지고 싼 물건들이 경쟁적으로 시장에 나오면서 전반적으로 물가가 내려가는 구조가 정착되는 것이다.

물론 무조건 물건이 싸기만 한 건 아니다.
유니클로나 니토리 등 소매업에서 1위를 차지하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곳은 그 나름의 공정을 거쳐 싸게 물건을 생산해서 판다.


엔고의 혜택으로 똑같은 엔화로도 더 많은 물건을 해외에서 수입하거나 현지공장에서 인력을 부릴 수 있게 됐든, 그 나름의 경영합리화를 한뒤 싸고 저렴하면서도 품그럭저럭 쓸만한 제품을 내놓게 된다.

이러면 소비자들도 합리적인 경제행위라 생각하면서 그런 제품 위주로 사게 된다.
백엔샵이 그랬고, 최근 유니클로가 그렇다. 
이렇듯 잘 팔리다보니 히트상품이 되면서 더욱 주목을 받는다.


업체 입장에서도 일단 손님을 끌려면 언론에서 주목을 해야되니까 눈에 확 띄게 싼 것을 강조한다. 언론도 이왕이면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것이 좋으므로 그런 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일본인들의 패스트푸드라고 할 수 있는 규동도 최근에 여러경쟁업체 중에서 스키야가 다시 280엔으로 내렸다. 현재 환율로도 3600원 정도 되는 금액이다. 물론 반찬 이런거 없지만 한끼가 저 금액밖에 안된다.

이렇게 되면 경쟁업체인 마츠야나 요시노야도 가격하락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옷도 마찬가지다. 유니클로 등의 전문 체인이 인기를 끌면서 백화점 등이 죽을 쑤고 있다. 일본에서 명품 브랜드가 잘 나간다는 것도 옛말. 브랜드를 유지하면서도 저가상품으로 고객을 노리는 곳에 최근에 계속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너도나도 싼 것, 싼 것으로 몰려가면서 더 이상 비싼 것은 잘 안팔리는 시대가 된다.

전품 270엔 술집도 등장, 인기몰이중




소비자로서는 당장 좋을 수 있다. 어쨌거나 비싼 것 보다는 싼 것이 좋으니까.


그러나 이게 경제전체로 보면 꼭 좋은 게 아니다.

결국 물건을 만들어 파는 기업입장에서는 수익율이 하락하게 되고, 그러면 경비를 줄일 수 밖에 없는 압력을 받게 된다. 기업측에서 고정경비라 함은 결국 인건비다. 

최근에 일본 백화점업계는 대규모 조기,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전자기업도 파견사원해고 이외에도 많은 퇴직자 응모를 받았다.

백화점은 선물로 연말을 유혹해보지만...




싼 물건만 팔리는 시대는 임금 또한 하락한다. 올해 임금을 내린 일본 기업이 10개 중 2개를 기록했다고 한다. 임금을 내린 이유가 기업실적이 안좋았기 때문이라는 게 대부분 이유.


이렇게 고용을 통해 소비를 촉진시켜야할 기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일해야할 사람들을 실업자로 만들거나, 임금을 낮추다보니 가계는 더욱더 소비를 줄이게 된다.

따라서 더욱 일본사람들은 물건을 안사게되면서 경제가 골병이 든다.
 
경제가 활성화 안되니까 일본정부는 보조금 지원등 다양한 재정지출을 하게 되지만 약발이 잘 먹히지 않게 됐다.
 
올해는 특히 기업의 벌어들인 돈으로 내는 법인세 등, 세수입이 엄청나게 줄다보니 결국 미래의 빚을 미리 끌어다 쓰는 국채를 발행해서 예산을 꾸릴 수 밖에 없게 된다.

일본 정부 빚은 갈수록 천문학적으로 늘어 GDP의 2배까지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일본정부의 빚은 늘어가고, 가계는 소비를 줄이면서 임금이 깎이고, 기업은 수익율이 낮은 상품에 목매달고, 수출기업은 엔고로 죽을 맛이고. 이게 현재 일본 전체의 분위기다.

뭐 그렇다고 해서 당장 일본이 실업난에 나라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는 건 아니다. 
다만, 각 언론사에서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뉴스가 사상최악이라는 것뿐. 실업률도, 대학신졸자 내정자도, 임금하락률도, 보너스 감액도.

또 한가지. 일본에서 겨울이 되면 보너스를 기대하기 마련인데, 이 보너스도 전반적으로 실적이 악화되다보니 대부분 회사가 대폭으로 삭감을 했다. 보너스는 집을 론으로 빌려서 산 집에게 매우 중요한 변제자금으로 쓰이는데, 보너스가 줄면서 론으로 빌린 집이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집이 통째로 경매로 넘겨지는 경우도 많아진다. 이른바 경매난민이 되는 것이다.

일본언론 중 한 곳은 유니클로식 저가경쟁이 일본경제를 망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처음에 나도 물건이 싸면 좋다고 생각했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퇴직자와 취업하지 못하는 일본젊은이들 뉴스를 접하면서 디플레라는게 무기력하게 망가지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아닐까 생각했다.

현재로선 엔화가 떨어져서 일본기업 수출이 늘거나,일본 정부가 보다 근본적인 개혁을 통해 재정적자폭을 줄이면서 어떻게든 경제활성화에 나서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길은 결코 쉬워보이지 않는다.

디플레. 우울한 겨울을 맞이한 일본인들이 지나치는 거리에는 일루미네이션만이 환한 빛을 내며 일본의 밤을 비추고 있다.

이제 인생역전하기에 남은 건 복권뿐?




* 히라가나 부터 기초문법, 현지회화까지

->당그니의 좌충우돌 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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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그니
일본! 이것이 다르다! l 2009.12.16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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