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의 일본표류기



* 진화하는 갈라파고스(샤프가 올해 전자전시회에서 내놓은 상품!


두달 전 '소니'에서 엔지니어로 30년간 근무하면서 한일간 고대역사를 소설로 풀어낸 '백제화원'의 필자 우다 노부오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고대 일본어가 백제어였다'라고 주장하는 재야 고대사 연구자인데, 취재를 끝내고 식사를 하러 갔을 때 때마침 <일본의 갈라파고스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cf. 일본의 로얄 패밀리는 백제 왕족)

이 이야기는 와세다대학에서 연수중인 한국분이 학교에서 과제로 "일본 전자기업의 갈라파고스에 대해서 리포트를 제출하라"라는 숙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시작됐습니다.

일본 전자기업의 갈라파고스란 일본 기업이 자국내 시장에 안주하면서 세계적인 흐름에 뒤처지는 것을 말합니다만, 우다 노부오 씨가 엔지니어 출신답게 이렇게 한 마디 합니다.

"신칸센을 인도 등 아시아 시장에 팔때 일본이 세일즈포인트로 내세우는 게 오차시간을 30초 이내로 컨트롤 가능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열차시간을 30초 이내로 맞추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는 거죠. 게다가, 아시아 나라들이 그렇게까지 높은 기술을 요구하지도 않고요."

그러니까, 신칸센의 예처럼 일본은 자국내에서 신뢰를 얻은 높은 기술에 비싼 가격의 제품을 해외에서 판매하려고 하나, 실제 시장에서는 그렇게 높은 사양의 제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수준의 제품이 필요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한때 까다로운 소비자가 많아서 일본시장에서 성공하면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것도 옛말이 됐습니다. 일본 시장에서 성공한 까다로운 제품은 신흥시장에서 볼때 비싼 가격에 불필요한 기능이 잔뜩 들어있는 제품이 된 것이죠. 일본이 한때 성공가도를 갈렸던 미국과 유럽시장의 기준을 다른 신흥국에도 적용하려다 점점 흐름에 뒤쳐지면서 일본 내 전체 전자기업의 모든 이익이 삼성전자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뉴스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일, 전자업계 삼성에 완패한 이유 

아무튼, 최근 일본을 자주 왕래하는 한국분을 만나보니 일본에 대해서 하는 공통된 이야기가 바로 '일본사회가 정체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자신들의 아이가 더 이상 '일본 물건을 갖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몇 분에게 들었습니다. 아이들이라고 하면 새로운 제품, 물건에 가장 호기심을 가질 법한 나이입니다만, 이미 한국에도 비슷한 것이 있거나 한국 최신 유행이 이미 일본유행을 따라하지 않는다는 반증이지요.(문화평론가 김봉석: 일본 더 이상, 새롭지 않다 )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일본 사회는 정체되어 있다기 보다 안정되어 있다는 표현을 더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만, 오히려 이제는 K-POP 등 한국 대중문화의 최신 흐름이 일본사회에 영향을 미칠 정도까지 시대가 변했습니다.

이에 대해 20년간 일본을 왕래하며 일본에 대해 주시해온 고려대 최관 교수는 "일본사회가 쇠퇴했다기보다 한국사회가 발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일본은 근대적 발전으로 치면 최정점에 이른 나라 중 하나입니다. 빠른 근대화를 통해 서구를 맹렬한 속도로 따라잡았으며, 전후 냉전시대 미국의 보호막 속에 제2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냉전질서가 깨지고 중국 등의 신흥국 시장의 태두와 한국 등 아시아의 경쟁국 부상, FTA 등 경제블럭화 현상으로 일본이 추구하는 기존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시대가 변한 것이 일본 갈라파고스화의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냉전시대에서 다극화시대로, 글로벌화되는 가운데 일본은 과거의 성공경험에 얽매어 새로운 변신을 빠르게 못한 것이지요.

그 단적인 예가 최근, 스마트폰에 관한 대응입니다.

일본의 통신 사업자를 점유율 순위로 놓고 보면 1위 NTT 도코모(50% 정도), au, 소프트뱅크순입니다만 현재 신규 계약자수를 빠른 속도로 늘리는 곳은 아이폰을 판매하고 있는 3위 소프트뱅크입니다. 2위인 au 사장은 2년전 아이폰이 출시됐을 때만 해도 '일본 사람에게는 터치폰 등이 맞지 않다'고 하면서 스마트폰 대응을 사실상 하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부랴부랴 "한국에 가서 괜찮은 제품이 있다면 모조리 가져올 것"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이동전화사업자라고 하면 도코모!라고 통할 정도인 막강한 점유율을 자랑하는 NTT 도코모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상용 무선인터넷 i-mode라는 시장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스마트폰 대응이 뒤쳐지면서, 결국 삼성과 손을 잡고 바로 15일 오늘부터 갤럭시S의 예약을 받고 이번달 말부터 판매를 한다고 합니다.

도코모는 지난 4월, 소니 에릭슨의 '엑스페리아'로 아이폰의 대항마를 내세웠으나 그다지 효과가 없자 이번에 전격적으로 삼성 휴대폰을 간판상품으로 내세운 것입니다.

갤럭시s, 만져본 소감 일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니

2001년 일본에서 삼성 모니터를 사본 적이 있는 저는 비슷한 사양임에도 소니 모니터가 훨씬 비쌌던 사실과 삼성이나 LG 제품을 메다마상품(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싸게 내놓는 물건)으로 취급하던 과거와 비교하면 일본의 제1 이동통신사업자인 도코모가 삼성과 손을 잡은 것에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입니다. 실제로, 일본 내에서는 일본제 스마트폰을 팔고 싶어도 제조업체들의 뒤늦은 대응으로 만들어진 상품이 없어 팔 수가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갈라파고스화됐다는 이야기를 줄창 듣고 있는 일본에서는 최근 샤프가 아예 아이패드 같은 전자서적단말 제품명을 '갈라파고스'로 짓는 웃지못할 상황까지 와 있습니다.(이것도 내수 특화용)

문제는 요즘 일본 젊은이들이 해외에 나가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고, 해외여행을 가느니 차라리 그 돈 있으면 양복을 사겠다고 하는 젊은 남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 신입사원 절반, 해외근무가 싫다)

이러한 일본 젊은이들의 내향적, 안정적 사고는 어떻게 보면 일본사회가 그만큼 갖춰진 사회이므로 변화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반증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젊은이들을 만나보면 특별히 자기 주변의 생활에 만족하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을 선호하고 꼭 해외를 꼭 나가보고 싶다거나 하는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으니까요. 이런 흐름에 대해 꼭 젊은이들에게 책임을 돌릴 문제는 아니지만, 이들이 일본사회의 주역이 될 10년후 일본은? 한때 전세계를 호령했던 전자왕국 일본이 과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요? 경쟁국인 한국과 중국의 강력한 부상으로 인한 환경 변화는 일본이 철저한 내부개혁을 하지 않는 한 그리 쉬워보이지 않습니다.

일본의 갈라파고스화는'이 세상에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대신, "모든 이론은 회색이며,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오로지 세상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라는 말이 격변하는 2010년대를 살아가는 오늘, 더욱 뇌리에 스칩니다.


당그니 트위터 @dangun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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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그니의 좌충우돌 일본어    당그니 트위터 @dangun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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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그니
일본! 이것이 다르다! l 2010.10.15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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