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의 일본표류기



오늘은 어린이날.

딸이 내 아이폰에 이런 메세지를 남겨두었다.

저는 어린이날때 책들과 많은 것들을 받을거예요!
어린이날이 최고 좋습니다\(^-^ )
어린이날은 5월5일입니당!
4월 5일이사가는 날이랑 해깔리지마주세용!?

그리고 제목에는 '5월 5일이 운 좋은날'이라고 적혀있다.(딸이 쓴 문장 중에 철자가 틀린 글자도 있지만 그대로 둠)

아쉽게도 나는 이번 어린이날 일을 해야되는 관계로 딸과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다.

대신 이번주 월요일 오후에 시간을 내서 평소에 사고 싶었던 학용품을 사러 갔다.

딸은 벌써 3학년. 이제 딸이 고르는 물건도 단순한 인형이나 장난깜 따위가 아니라 자기에게 필요한 학용품이다.

산보 겸 집에서 나와 30분 거리에 있는 쇼핑몰 학용품 코너에 가서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라고 했다. 딸은 바구니를 들고 와서 한참을 골랐다. 일단 마음에 드는 필통,연필,연락장 넣는 비닐, 자, 지우개 등을 가득 넣은 뒤 다시 고심하고 나서 필요없는 것을 뺐다. 그래도 평소에는 엄마가 잘 안 사주는 것들이었다. 내가 슬쩍 보니 학교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이미 있긴 하지만 더 마음에 드는게 있었으리라.

딸이 고른 학용품의 금액은 내가 술자리에 한 번 참석하면 날아가는 정도로 어른들 세계에서는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다. 그럼에도 딸은 보물을 얻었다며 너무 기쁘다고 즐거워했다. 평소에 너무 사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그랬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어딘지 모르는 시장에 갔을 때 가게 벽면에 빼곡히 들어찬 운동화 박스를 보면서 마음에 드는 운동화를 고를 때 기분. 새로 막 나온 운동화의 화학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그럴수록 새로운 세계에 왔다는 느낌이 들곤 했다. 그런 느낌은 그 나이가 지나면 영원히 가질 수 없다. 그래서 다 때가 있다고 하나 보다. 동심의 추억, 청소년의 방황, 20대의 꿈, 30대의 고민 등등.

딸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돌아오는 길 내내 흐뭇했다.

어린이날이나 기념일 등은 딸이 성장하는 것을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앞으로 2-3년만 지나도 딸이 자기가 필요로 하는 학용품을 샀다고 해서 저렇게 기뻐할 일이 없을 것이므로, 이런 모습은 오래오래, 눈에, 머릿속에 담아두고 싶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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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그니
인생의 갈림길에서/아이,나의 흑백필름 l 2011.05.0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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