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의 일본표류기




휴일인 9월 19일, 도쿄 메이지 공원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반년만에 최대규모 반원전 시위가 열렸다.

이 시위에는 무려 6만명 참여했으며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오에 겐자부로 씨도 참석하면서 일본 뉴스를 탔다. 오에 겐자부로 씨는 "원자력은 폐허와 희생을 동반한다. 우리들은 원전에 저항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정당의 간부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원전사고 후 일본에서는 꾸준히 시위가 열렸으나, 대부분 규모가 미미해 원전을 반대하는 자들만의 시위로 치부되기 일쑤였는데, 이번 시위로 현재 일본 내 국민 정서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준 것이다.

이번 시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이유는 직접적인 먹을 거리 공포, 원전사고로 집과 일자리를 잃은 사람 등 이해 당사자가 그만큼 많고 절박하다는 뜻이다. 일본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모인 것은 80년대 이후 처음이다. 

19일자 마이니치에 따르면 이번 시위에는 후쿠시마를 떠나서 피난한 사람들이나, 사고를 계기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 눈에 띈다.

후쿠시마를 떠나 도쿄 인근 가와사키시에 아내와 딸, 손자와 함께 피난생활을 하고 있는 전 교사 야마자키 씨(65)는 "후쿠시마에서 살아가는 사람 이외에도 원전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원전 정책, 탈원전 문제를 일본전체를 놓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집회에 참석했다고 한다. 그는 후쿠시마 미나미소마시로 돌아가고 싶지만 "1살짜리 손자를 생각하면 오염제거가 완전히 끝나지 않는 한 안심하고 생활할 수 없기 때문에 돌아갈 수 없다"고 밝혔다.

후쿠시마현 이타테무라에서 피난해, 후쿠시마시 가설주택에서 사는 여성(40)도 버스로 도쿄까지 와서 참가한 케이스. 원전 사고 후 남편과 함께 일했던 인근 회사에서 "100%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는 장소에서 일할 수 없다"고 부부가 같이 퇴사. "원전에 무관심했지만 자신에 대한 반성의 뜻을 담아 시위에 참가했다. 분한 마음을 풀어놓을 장소는 어디에도 없으나, 적어도 오늘만은 큰 소리로 '원전은 필요없다'고 소리를 지르고 싶다'고 밝혔다고 한다.

후쿠시마현 고오리야마시에서 인근 주부끼리 모여서 시위에 참가한 여성(72)의 목소리는 더 생생하다.

"마을에서 아이들의 모습이 자취를 감췄다. 공원이나 교정에 아이들의 힘차게 내지르는 소리가 돌아왔으면 좋겠다. 국가도 도쿄전력도 믿을 수 가 없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는 숨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은 그런 불신감이 나타난 것이 아니냐"

도쿄 네리마구에서 파트로 일하는 오가와 미키씨(40)는 "행동하지 않는 것이 가장 나쁘다"고 생각해 처음 참가했다고 밝혔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이날 집회는 도쿄뿐 아니라 나고야, 오사카, 규슈 후쿠오카, 나가사키에서도 소규모(수백-2천명)지만 열렸다.

한편, 트위터에서 집회에 참가한 일본인들의 감상이 속속 올라왔다.


- 후쿠시마현에서 왔습니다!

다음은 일본인들이 트위터에 올린 현장 이야기다.

94세할아버지는 휠체어를 타고 집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그때(태평양전쟁시절) 무서워서 말을 못했다. 국민이 아니라고 할까봐. 그렇게 아무 말도 못했기 때문에많은 일본인이 죽었다. 이 나라는 다시 형태를 바꿔 전쟁을 시작하고있다. 결코 원전이라는 이름의 무기를 가동시켜서는 안된다.그때 분한 마음을 여기서 풀어내고 싶다" 

"시부야에서 걸어서 집에 가는 도중, 시위 행렬로 만났다. 가까운 곳에서 스스로 유모차를 밀고 가던 세 살짜리 아이가 시위대의 소리에 맞춰서'원전은 필요 없어! 「ゲンパーツいーらない!」라고 큰 소리를 외치고 있었다. 가슴 한켠이 뜨거워졌다."

시부야 거리에서 얌전할 것 같은 젊은이가 갑자기 외쳤다고 한다.

"젊은이들,특히 학생여러분께 말하고 싶다.원전은 아직 수습이 안됐다.왜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지내나? 우리가 바꾸지 않으면 내일은 오지 않는다.술 마셔도 좋은데, 시위참가한 후에 마시는 맥주는 더욱 맛있을 것이다."

저녁6시 지나서 도로가 어두워져도 끝없이 이어지는 시위대의 외침이나 음악이 도로를 하나의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었다.일본인이 이렇게 자신을 잊을정도로 감격하는 모습을 보일줄이야! 그러나 일본언론은 이 거대한 꿈틀거림을 보도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대체 누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

6 만명을 동원한 '어른들의 시위'는 이걸로 어느정도 정치적 힘을 획득했지만,또 하나 시부야에서 열린 20대,30대 중심의 시위도 존경스럽다. 모인 사람은 2500명 정도이나 조직적인 배경이 없는 방식으로도 이렇게까지 모일줄이야.


평소에 알고 지내던 일본인 지인도 어제 시위에 참가했다.

그는 "너무 많은 사람이 참가해 일본 경찰도 그 수에 압도되어 그전 시위에 달리 아주 정중하게 대해줬다. 또한 재일교포 문제로 늘 시끄럽게 떠드는 재특회(재일한국인을 대상으로 집요하게 문제를 일으키는 우익집단)도 집회숫자에 압도되어 아무말도 못하고 조용히 있었다"고 알려줬다.

예전 한국에서 미소고기 반대 시위로 시청 앞에 10만명이 모였다고 했을 때, 일본 시민단체의 한 분은 내게 한국의 그런 파워가 정말 부럽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풀뿌리 시민운동이 뿌리를 내렸지만 수도에서 집중적으로 모이는 것이 거의 힘들었던 것이 그간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원전사고가 터지고 얼마 전에 열린 반전집회에 1만명이 이상이 모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에서 6만명이 모인 집회는 전공투세대가 몰락한 80년대 이후 처음이다. 일본사회가 원전 이후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일본인들에게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커다란 충격이었으며,절박한 생존문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노다 신 내각도 간 나오토 전 총리에 비해 원전을 계속 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어제 저녁 NHK 9시 뉴스는 도쿄전력이 3호기 원자로 온도가 100도아래로 내려감으로써 냉온정지 스텝에 돌입했다고 발표하면서 호소노 원전담당장관 말을 인행, 올해안으로 후쿠시마 원전의 냉온정지를 앞당겨 끝내겠다고 전했지만, 정작 반원전 시위는 집회풍경 잠깐과 오에 겐자부로씨가 등장한 장면만 짧게 다루면서 그리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그동안 저항할 줄 모르는 일본시민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이번 원전 집회가 일본사회가 새롭게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 집회장을 빠져나가는 데 한 시간이상 걸렸다고 한다.




* 히라가나 부터 기초문법, 일본어 한자, 현지회화, 스터디 까지

->당그니의 좌충우돌 일본어   당그니트위터 @dangun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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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그니
일본생활 이모저모/일본생활정보 l 2011.09.2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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