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의 일본표류기



이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 파리의 연인이라는 글로 소개한 선배 예술가가 열흘 전 도쿄에 왔다. 지금은 김강이라는 필명으로 한국에서 활발하게 예술활동을 하고 있다.

선배와의 만남은 갑작스레 이루어졌다. 최근 글쓰기에 뜸한 나는 가끔 쉬는 날이면 페이스북을 했는데, 페이스북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선배와 연락이 닿았다.

우리가 안 지는 십년하고도 4년이 더 지났다. (자세한 옛 이야기는 파리의 연인 참조) 

가장 최근에 만난 것이  내가 2007년 한국에 1년간 거주했을 때였으니까, 2011년인 지금, 4년만이었다. 나와 비슷한 시점에서 프랑스로 떠난 선배는 다시 한국으로 귀국해 새로운 활동을 계속해왔는데, 지난 여름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아시아의 예술가의 일원으로 현장을 둘러보고 갔는데, 이번에 아사히 맥주 아트 재단 초청 컨퍼런스차 일본에 온 것이다.

선배가 묵은 곳은 아사히 맥주 본사 빌딩이 근처에 있는 아사쿠사. 도쿄는 몇 번 다녀갔지만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한다. 금요일 밤 저녁 아사쿠사 근처 술집에서 가볍게 한잔 하고, 다음날 도쿄의 한 출판사에 가서 자신이 낸 책의 일본어 번역본을 받기로 했는데 같이 따라다니기로 했다.



선배와 마신 곳은 꼬치구이를 돈까쓰처럼 튀겨서 내주는 가게로, 튀김으로 나온 안주를 소스에 찍어먹는데, 오사카 샐러리맨들의 좋아하는 술안주라고 한다. 이번에 처음 먹어봤다.



가츠쿠시라고 하는 이 가게...소소 옆 팻말, "소스 두 번 찍어 먹는 건 금지랑께"
(한 번 입에 댄 안주를 또 소스에 찍어먹으면 지저분해지니까)



배고픈 김에 '소고기 조림'도 시켰는데, 설렁탕과 맛이 비슷하다.

다음나, 선배의 오후 일정이 '가난뱅이의 반란'의 저자 마츠모토 하지메의 집에 가서 짐을 풀어놓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고엔지의 마츠모토 하지메의 가게도 가볼 겸해서 쉬는 날이었지만, 월요일 아침에 집을 나섰다.

출판사 사람들을 만나서 책을 몇 권 받고 간단한 통역을 한 다음에 고엔지로 갔다. 튀김 정식 체인점 가게에서 식사를 끝내고, 마츠모토 가게 근처로 이동, 근처 찻집에서 커피를 마셨다.

한 낮의 커피숍. 사람이 한명도 없고, 주인 할아저씨가 물을 끓인 다음 커피를 내준다. 선배와 한동안의 삶의 궤적에 대해 이야기했다. 회의가 아닌 그저 만나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한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마츠모토 가게 옆 커피집.


내가 도쿄로 돌아와서 회사를 다녔던 이야기, 기자로 전직했다가 그만둔 이야기, 최근에 하는 일 이야기 등. 선배도 문래동 창작촌 이야기부터 예술가로서 세계 각국 사람들과 교류하는 이야기, 그리고 각각 하나씩 있는 딸 이야기까지. 시간은 금세 흘러갔다.

선배가 잘 아는 마츠모토 하지메 씨나 한국 관련 취재를 하고 있는 저널리스트 다케우치 카즈하루 씨가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오는 바람에 고엔지 골목을 계속 걸었다. 문득 "도쿄는 골목이 살아 있어서 좋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고엔지는 여기저기 아기자기한 골목이 많다. 마츠모토 하지메 씨가 운영하는 리사이클 숍 골목에는 유난히도 리사이클숍이 많았다. 알고 보니 다 아는 사이엿다.


마츠모토 하지메 씨의 리사이클 샵


코엔지 골목

마츠모토 하지메 씨는 기상천외한 데모로 세상의 이목을 끈 이인데, 그의 가게에 한국어 판으로 나온 그의 책이 있어 한 권 샀다. 가격은 천엔.

선배는 오후 4시경 마츠모토 하지메 씨 집에 짐을 풀어놓았다. 마츠모토 하지메 씨는 자신의 저서에 써 놓은 데로 단독주택을 빌려 각각 방 하나씩 잡고 넷이서 같이 살고 있었다. 거기에는 리트비아에서 온 여성도 있다고 한다.

이날 술자리는 한국어를 독학으로 공부해서 한국 취재를 가끔 다녀오는 다케우치 씨와 먼저 시작했다. 독학한 것으로는 그의 한국어가 유창했는데, 한국에 가끔 가서 한달만 머무르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납득했다. 그에게 한국어 공부의 계기를 물으니 2002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취재차 한국에 갔다가 한국어를 하나도 못하다 보니 너무 아쉬웠다고 한다. 그는 한국이 같은 동양권이니 한자를 그래도 좀 쓸 줄 알았는데, 한글간판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고. 그와 함께 원전 이야기나 일본, 그리고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츠모토 하지메 씨가 왔다.


우리가 마신 술집

마츠모토 씨는 책과 달리 평범해 보였다. 그에게 모든 것의 기준은 '재미'였다. 재미가 있으면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고. 예전에 내가 그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그가 한국에서 입국거부가 되었을 때였는데, 요즘에는 입국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내가 그에게 산 책에 사인을 부탁하자, 이렇게 써 주었다.



'가난뱅이는 소란을 피우는 수 밖에 없다'

마츠모토 다운 말이었다.

얼마 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 참관 차 뉴욕에 다녀왔다고 하는 그는 여전히 동네 상점가 사람들과 다양한 기획을 하고 있었다. 그는 최근 일본에서 벌어진 원전시위로 인해, 그동안 시위는 별볼일 없는 것이라는 인상이 사라지고 누구가 참여할 수 있는 게 됐다고 말했다.


마츠모토가 그린 캐릭터.

한 두어시간 한국에서 온 선배 예술가의 통역(실은 히토츠바시 대학원에 다니는 또 다른 한국인이 대부분 함)을 하다가 저녁 9시에 신주쿠에서 또 회의가 있다고 해서 마츠모토 씨는 자리를 떴고, 우리는 자리를 옮겨 또 다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선배와는 90년대말 한국에 있을 때 활동했던 시민 미술 모임 이야기를 하면서 지나간 시간을 마셨다. 그렇게 막차가 끊기기 전까지 마시다 겨우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마지막 술자리를 한 곳.

매일 집과 회사 정해진 곳만 다니고 있는 나에게 이날은 오랜만에 한국에서 건너온 선배도 만나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날이 됐다. 선배가 주고 간 책이 무려 세 권. 오늘까지 두 권을 독파했고, 남은 한 권은 일본어로 되어 있는 건데 천천히 읽어나갈 생각이다. 문득 예술이란, 삶이란, 생활이란....평소에 생각하지 않고 있던 것에 대해 푹 젖어들었던 하루였다.




* 히라가나 부터 기초문법, 일본어 한자, 현지회화, 스터디 까지

->당그니의 좌충우돌 일본어 당그니트위터 @dangun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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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그니
일본생활 이모저모/일본생활정보 l 2011.11.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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